'현대자동차의 성장은 속도위반 딱지를 떼야 할 정도다. '

미국의 격주간 경영전문지 포천이 신년호 커버 스토리로 10페이지에 걸쳐 현대차의 발전상을 분석하고 정몽구 그룹 회장을 인터뷰했다.

포천은 "현대차야말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이겨낸 가장 강인한 자동차 업체"라고 치켜세운 뒤 "수년 전 도요타는 경쟁사 중 현대차가 가장 두렵다고 했는데,그 우려가 이제 악몽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요즘 미국 소비자들은 가격 때문에 현대차를 사는 게 아니라 자부심을 갖고 구매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포천은 "1999년 현대차 구매자 중 대학 졸업자 비중이 36%에 불과했지만,작년에 49%로 뛴 게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정 회장의 강력한 추진력과 품질 경영이 현대차의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올리며 도약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정 회장 사진을 싣고,정 회장이 1999년 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창업회장으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은 뒤 양적인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고품질의 자동차 메이커로 변신시켰다고 소개했다.

포천은 "현대차가 한 달에 두 번 여는 품질회의는 과거에는 참석률이 저조했지만,정 회장이 취임한 뒤엔 임원들이 반드시 참석해야 할 회의로 바뀌었다"며 "정 회장은 7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새벽 6시30분에 출근해 중역 보고를 받는다"고 전했다.

2001년 JD파워 신차 품질조사(IQS)에서 32위로 거의 꼴찌였던 현대차는 품질경영을 본격화한 뒤 2004년 7위,2006년 3위,2009년 4위 등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렉서스 등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한 일반 브랜드 중에선 단연 1위다.

정 회장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도요타를 항상 지켜보고 있지만,품질 및 기술력 면에서 막상막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두려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많은데,전망치가 모두 다르다"며 "불확실성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법인장은 "현대차는 지구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회사"라며 "우리는 목표를 정할 때도 구체적인 계획은 나중에 정할 정도로 속도를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포천은 현대차가 고급 대형 세단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업체에 도전장을 낸 현대차'란 제목의 에쿠스 시승기를 통해 "에쿠스는 운전석과 뒷좌석 어디에서나 최고이며,현대차가 에쿠스 출시를 계기로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대 · 기아차는 작년 미국에서 73만5127대를 판매,시장 점유율을 전년(5.4%) 대비 1.7%포인트 높은 7.1%로 확대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