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1년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고 있는 김서민씨는 전교에서 1~2등을 다투는 아들에게 가졌던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게 됐다. 성적만으로는 충분히 전국 최고 인재들이 모이는 D외고를 갈 수 있지만 1년에 400만원이 넘는 학비와 비싼 교재비 때문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고등학교 무상교육 법안이 통과돼 일반고 학비인 150만원 정도를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학비가 여전히 가게엔 부담이지만 이전처럼 아들에게 일반고 진학을 강요하지 않아도 돼 김씨는 신바람이 난다.

#2.중소기업 재무팀에 근무하는 민 대리는 사원복지금 운영안을 새로 짜느라 연초부터 분주하다. 사원복지 차원에서 지급됐던 고등학교 학자금이 무상교육으로 전환되면서 사원복지운영금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민 대리는 이 여윳돈으로 회사 지하에 공간을 마련해 사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무료 원어민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중학교까지만 적용되는 무상교육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초 · 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국 · 공립 및 사립고의 학비를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토록 했다. 다만 외국인학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학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목고와 자사고 등 학비가 비싼 고교도 소속 지자체의 일반고 등록금만큼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게 돼 학부모들이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이 법안은 야당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고 해당 상임위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들도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도 의견이 모아졌던 사안이라 통과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기획재정부가 재원 마련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단계별 추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되면 2011년 1학기부터는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