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LG 통신계열 3사를 합병해 출범한 통합 LG텔레콤 초대 CEO(최고경영자) 이상철 부회장(사진)은 6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태풍의 눈은 더없이 고요하지만 바람의 방향을 결정한다"며 "쓸려다니는 주변이 아니라 통신 시장의 핵심에서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취임 포부를 밝혔다.

◆'기존의 통신 틀 깨고 새 장르 창출'

통합 LG텔레콤은 매출액 8조원 규모로 각각 매출 규모가 19조원과 13조원대인 KT-SK 양강 구도에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 부회장의 탈(脫)통신 선언은 성장 동력을 잃은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IT(정보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다.

그는 "통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통신이라는 틀을 깨고 새로운 장르를 만들겠다"며 "통신,제조,IT서비스(SI) 등 기존 업종 간 구분에서 벗어나 한차원 높은 수준에서 종합 솔루션회사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텔레콤은 이를 위해 통신과 IT를 접목한 20여개의 '탈통신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전략조정실 산하에 이를 추진할 전담조직도 구성했다. 2월부터는 신성장 동력으로 발굴할 세부 사업을 정하고,올해 안에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가동할 계획이다.

그는 "통합 LG텔레콤의 새 비전은 고객 한사람 한사람에게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가치제공자(personal value provider)"라며 "통신 회선을 빨랫줄처럼 단순히 빌려주는 게 아니라 회선마다 가치가 주렁주렁 열리는 가치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가치경영의 모범사례로 미국 애플과 홍콩 통신사업회사 PCCW를 들었다. 이들은 PC,MP3,휴대폰,인터넷TV(IPTV) 등 레드 오션 상태의 시장에서도 혁신제품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는 "애플과 PCCW는 휴대폰과 TV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성공을 거뒀다"며 "LG텔레콤도 고객들이 스스로 가치를 창조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드 경영' 맞춰 조직도 개편

통합법인의 경영방침으로는 스피드를 강조했다. 그는 "덩치 큰 기업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는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남들보다 먼저 보고 빨리 결정해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텔레콤은 스피드 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상품단위 조직을 고객 중심의 3본부 체제로 바꾸고 업무 프로세스도 최대한 단순화했다.

이동통신 분야를 담당하는 퍼스널모바일사업 본부장에는 정일재 전 LG텔레콤 사장을,가정고객 대상의 홈솔루션사업 본부장에 이정식 전 LG파워콤 사장을,기업고객 대상의 비즈니스솔루션사업 본부장에 고현진 전 LG CNS 부사장을 임명했다. 유필계 LG경제연구소 부사장은 대외와 홍보를 총괄하는 CR전략실장에 선임했다.

이 부회장은 KT,SK 등 경쟁 통신사에 대해서는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연간 8조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제로섬 게임을 답습하면 모두가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