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한 은행원이 5년간 17억원 가량의 현금을 '꾸준히'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약 92만원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훔쳐야만 가능한 액수다.

6일(현지시각)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런던 로이즈TSB은행의 지배인 아냐 워즈워스(28)가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이 은행에서 92만1715파운드(16억7383만원)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워즈워스는 2000년부터 런던 북부의 로이즈TSB은행 골더스 그린 지점에서 일하며, 관리 지배인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입사 후 1년 만에 현금지급기를 채우는 임무를 맡게 됐다. 이는 그가 자금을 빼돌릴 수 있는 결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줬다.

그는 처음에는 은행 창구에서 소액을 빼돌렸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액수는 자꾸만 불어났다. 그는 현금지급기에 채워 넣어야할 2만5000파운드(약 4500만원)씩을 수차례 횡령하기도 했다.

또 근무시간 동안 몰래 숨겨둔 현금 뭉치를 항상 마지막으로 퇴근하며 챙겨 나갔기 때문에 오랫동안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의 절도 행위를 숨기기 위해 회사계좌를 도용했으며, 이런 행위가 발각되기까지 모두 16억원이 넘는 돈을 꿰찼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워즈워스는 자신의 행동은 모두 남자친구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죽이겠다'는 남자친구의 계속된 협박에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남자친구인 키이스 프레디(30)는 '마약소굴'에 빠져 매일 밤 500파운드(약 91만원)를 습관적으로 소비하며 빚더미에 앉은 상태였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마크 팰틴기 검사는 "워즈워스는 프레디와의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며 "여러 차례 폭행까지 당했다"고 말했다. 검사는 이어 "그는 (프레디를 떠나고 싶어도) 프레디가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찾아낼까 두려워 4~5년간 공포 속에서 살아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사는 비록 남자친구 때문에 돈을 횡령했다 하더라도 워즈워스 역시 횡령한 돈으로 수혜를 입은 또 다른 증거가 있기 때문에 횡령 혐의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워즈워스는 현재 절도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프레디 역시 돈세탁 혐의를 시인하지 않고 있다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한경닷컴 이유미 인턴기자 diron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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