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이후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테마 중 하나인 '3D(차원)' 관련주가 차별화 양상이다. 증권사 등 제도권에서 '인정한' 업체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기존 3D 업체들은 조정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장의 관심이 '진정한 3D 관련주'로 압축되면서 관련주간 양극화 차별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디씨, 코스닥 시총순위 이틀만에 13위→20위로

7일 3D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극명히 갈렸다. 3D 테마의 선봉에 섰던 케이디씨는 전날 하한가에 이어 이날은 7.71% 하락, 7300원까지 떨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 5일 한때 코스닥 시총순위 13위인 SK컴즈를 앞지르기도 했다. 네오엠텔도 이날 10% 가까운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새롭게 3D 테마주로 편입된 티엘아이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잘만테크도 상한가까지 상승했다.

케이디씨 등의 주가 하락은 어찌 보면 예견된 수순이다. 이 회사가 충북 오창 공장에서 생산하는 3D 입체 LCD 모듈은 성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긴 하지만 이제 막 매출이 나오고 있는 수준이다. 3D 콘텐츠 사업 등도 걸음마 단계다.

실제 이 회사는 분기보고서에서 "독자적으로 모바일기기나 멀티미디어 디비이스 등 완제품 생산을 하지 못 한 상황이고, 자체 유통망이나 마케팅 능력도 미진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3D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인력의 부족과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며, 신제품 개발시 개발기간이 3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1년 만에 1200%나 폭등한 주가를 정당화 하기에는 실적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 회사는 최근 이틀째 주가가 급락하자 이날 부랴부랴 올해 매출 1300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의 실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사업계획을 밝혔다. 케이디씨는 지난해 매출 850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실제 올해 이 공격적인 경영실적을 달성한다 해도 시가총액 5000억원대인 회사가 1000억원대의 '초라한'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네오엠텔의 경우 작년 4월 인수한 모바일용 3D 엔진 개발업체인 자회사 리코시스 덕에 3D 테마에 합류했으나, 이 회사의 사업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극장이나 대형 TV에서 구현되는 3D 입체 영상 사업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도권도 인정한 티엘아이ㆍ잘만테크

이에 반해 3D 사업이 제도권에서 인정받은 중소 회사들은 재부각되는 분위기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날 티엘아이가 "진정한 의미의 3D TV 수혜주"라고 평가하며 이 회사 목표주가를 2만6000원으로 올리고 '매수' 추천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전자의 3D TV 판매량이 올해 40만대에서 내년에는 340만대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LG전자에 납품중인) 티엘아이는 현재 20인치대 3D TV와 모니터용 타이밍컨트롤러(T-Con)를 판매하고 있고, 프리미엄급인 40인치 이상의 120, 240, 480Hz 티이밍컨트롤러 개발도 진행하고 있어 하반기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티엘아이가 작년 10월 3D 영상 반도체 업체인 이시티 지분 50%를 인수해 3D 카메라폰용 칩과 2Dㆍ3D 변환칩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면서 "3D TV의 폭발적인 성장은 티엘아이의 신성장 동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잘만테크도 제도권에서 인정받은 3D 업체로 부상하고 있다. 외국계인 맥쿼리증권은 이날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쇼 '2010 CES'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잘만테크를 꼽았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