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불황속에 지갑을 꼭 닫고 있는 미국인들이 지난해 유독 브런치에는 돈을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미 소비자 시장조사기관 NPD는 지난해 8월까지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은 손님의 숫자가 전년동기 대비 8.2% 늘었다고 최근 발표했다.같은 기간 끼니별 손님 수가 각각 저녁 4%,점심 2%,아침 1.2% 줄어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라고 NPD는 설명했다.지난해는 요식업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손님 수와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NPD는 덧붙였다.

미국인들이 유독 브런치를 즐겨 찾기 시작한 데엔 불황의 영향이 크다고 NPD는 설명했다.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고급 유기농 음식점 체인을 경영하는 레인 루니는 “브런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저녁 식사보다 싸기 때문”이라며 “평균 30~40달러 정도 하는 저녁식사에 비해 브런치는 12~15달러 밖에 안하면서 특별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벼운 알콜성 음료를 마시기도 하면서 오랜 시간 함께 식사를 나눌 수 있지만 주머니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는 얘기다.루니는 올해 특히 어린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이 외식으로 브런치를 먹는 경우가 늘었다고 밝혔다.식사비뿐만 아니라 저녁에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길때 드는 돈까지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NPD의 애널리스트 부니 리그스는 올해 1끼당 지출액이 평균 6.48달러에 불과하다며 미국인들이 고급 식당에 가는 걸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과거에 손님이 줄 경우 요식업계는 으레 가격을 올려 매출을 유지하곤 했지만 지난해엔 전혀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 않”을 정도로 불황의 골이 깊다고 전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