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들은 금언을 금과옥조로 생각한다.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다. 유한규 대한산악연맹 이사는 "숨이 가쁜데 말이 제대로 나오겠느냐"며 말을 하면 힘들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묵묵히 등반에 나선다고 답했다.

'그린 에너지 시대'에 가장 부합하는 스포츠가 등산이 아닐까. 에너지를 최대한 절감하는 게 가장 효율적으로 등산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산속에서 먹고 걷고 입는 모든 활동이 에너지 절약과 관련이 깊다.

등산은 '중력과의 투쟁'이라는 말이 있다. 중력 때문에 발생하는 무게가 바로 등산의 적이다. 때문에 체중이든 등산장비든 가볍게 할수록 등산이 수월해진다. 원종민 코오롱등산학교 차장은 "평지 보행에 비해 산에 올라갈 때는 6.7배의 힘이 더 들어간다"며 "체중을 3㎏ 감량한 사람은 산에서 20㎏ 정도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어 훨씬 산을 잘 탄다"고 설명했다.

산악인들은 음식을 먹거나 옷을 입을 때도 체력 유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원 차장은 등산 도중 탄수화물은 30분당 24g을 먹어줘야 하고,물도 자주 마셔야 한다고 했다. 운동 강도가 세지 않을 때 몸은 지방을 태워서 에너지를 생성하지만 지방 연소 과정에서 반드시 탄수화물을 필요로 한다. 지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지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을 중간중간에 공급해줘야 하는 것.그래서 산악인들은 초콜릿바 · 영양갱 · 바나나 같은 먹거리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섭취한다.

등산 때 탈의도 요령껏 해야 한다. 36.5도의 체온을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며,외부 기온과 달리 자신의 신체 상태에 따라 옷을 입었다가 벗었다를 반복해야 한다. 산을 오를 때는 등산 재킷을 입고 쉴 때는 더우니까 벗는 게 좋다. 반대로 하산길에는 재킷을 벗은 채 내려가다가 쉴 때는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잠시 입는 게 좋다. 모자 영향도 크다. 머리가 뜨거워지면 판단력,운동능력,민첩성 등이 떨어지므로 적절한 때에 모자를 벗어서 열을 식혀야 한다. 이의재 대한산악연맹 사무국장은 "몸이 뜨거워지는 건 자동차로 생각하면 엔진 과열과 마찬가지"라며 "온도 조절을 제때에 하지 못하면 더 빨리 지친다"고 설명했다.

등산에서 호흡도 중요하다. 몸은 자기에게 필요한 공기를 적절하게 들여마신다. 문제는 페이스(속도조절)다. 원 차장은 "몸은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엔진과 같다"며 "사람마다 엔진 효율이 다르기 때문에 적정 RPM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몸이 가장 효율적으로 연료를 사용하는 적정 속도가 있는데 그 속도를 초과하면 호흡이 가팔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급격하게 호흡을 몰아쉬면 폐가 갖고 있는 호흡 최대량의 3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입을 작게 하고 길게 내뿜는 게 좋은 호흡법이란다. 해녀들이 물밖에 나오면 휘파람을 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른 보행법도 익힐 필요가 있다. 산에 오를 때는 발바닥이 지면에 완전히 닿도록 해 안정감을 확보한 다음 무릎을 충분히 뻗어 펴주면서 이동하는 자세가 좋다. 보폭은 가능한 한 좁게 유지한다. 하산할 때는 발바닥을 지면에 가볍게 접촉시키며 무릎 관절을 살짝 굽혀 충격을 흡수하는 게 좋다. 등산용 스틱을 사용하면 보행 속도를 빠르게 하며,에너지를 10~15% 절약할 수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