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케인스주의 후유증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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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 경제가 수년간의 무분별한 신용팽창으로 휘청거릴 때 부시 행정부는 금융사의 악성채무를 없애고 규제시스템을 정비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이 같은 결정의 대가는 2010년에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진하고 있는 '플랜 B'는 국가가 나서서 신용을 창조하고 재정지출을 통해 민간 경기를 부양하는 것으로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모두 케인시언"이라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미국은 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재정적자의 부담을 안고 있지만 앞으로도 지출을 늘리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재정 상황은 심각하다. 2008년 후반 금융위기 이후 연방정부는 민간 부문의 신용확장을 촉진하기 위해 전례없이 막대한 규모의 달러를 찍어내 세계에 풀었다. FRB는 지난 여름 이후 투기등급(정크) 수준까지 떨어진 글로벌 회사채나 빈곤국의 국채와 비교해보면 그들의 정책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으며,세계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자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프린스턴대 교수인 폴 크루먼은 "(FRB의) 정책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두 가지 대조적인 방법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그는 한편에서 이미 출구전략을 찾았다고 정기적으로 시장에 상기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역환매조건부 채권은 인플레이션을 잡기엔 너무 미미하다. 이런 부드러운 접근법은 정치적으론 더 매력적이다. 그는 다른 한편으론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는 은행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마누엘 힌즈 전 엘살바도르 재무장관은 금융사들이 증가한 예금을 민간 신용 확대로 전환하는 데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사실 금융사들은 막대한 신규 자금을 비금융기관으로 이동시켜왔다. 미국 금융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맞은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졌던 현상과 비슷하다. 채무불이행으로 금융사가 큰 타격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악성 채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자금을 빌려줘 생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은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신용배분의 실패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올바른 해결책은 무엇일까. 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해 민간의 부실자산을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파산도 대안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불행하게도 파산이란 선택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재정지출과 통화창출이라는 파티에서 정부가 남긴 후유증이다. 세계인들은 2010년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U자형 경기회복이 실현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착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이 글은 벤 스테일 미 외교관계위원회(CFR) 국제경제 이사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케인시언의 후유증에 대비하라'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벤 스테일 美외교관계委 이사
정리=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지금 우리는 모두 케인시언"이라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미국은 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재정적자의 부담을 안고 있지만 앞으로도 지출을 늘리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재정 상황은 심각하다. 2008년 후반 금융위기 이후 연방정부는 민간 부문의 신용확장을 촉진하기 위해 전례없이 막대한 규모의 달러를 찍어내 세계에 풀었다. FRB는 지난 여름 이후 투기등급(정크) 수준까지 떨어진 글로벌 회사채나 빈곤국의 국채와 비교해보면 그들의 정책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으며,세계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자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프린스턴대 교수인 폴 크루먼은 "(FRB의) 정책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두 가지 대조적인 방법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그는 한편에서 이미 출구전략을 찾았다고 정기적으로 시장에 상기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역환매조건부 채권은 인플레이션을 잡기엔 너무 미미하다. 이런 부드러운 접근법은 정치적으론 더 매력적이다. 그는 다른 한편으론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는 은행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마누엘 힌즈 전 엘살바도르 재무장관은 금융사들이 증가한 예금을 민간 신용 확대로 전환하는 데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사실 금융사들은 막대한 신규 자금을 비금융기관으로 이동시켜왔다. 미국 금융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맞은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졌던 현상과 비슷하다. 채무불이행으로 금융사가 큰 타격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악성 채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자금을 빌려줘 생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은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신용배분의 실패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올바른 해결책은 무엇일까. 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해 민간의 부실자산을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파산도 대안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불행하게도 파산이란 선택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재정지출과 통화창출이라는 파티에서 정부가 남긴 후유증이다. 세계인들은 2010년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U자형 경기회복이 실현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착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이 글은 벤 스테일 미 외교관계위원회(CFR) 국제경제 이사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케인시언의 후유증에 대비하라'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벤 스테일 美외교관계委 이사
정리=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