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조세회피지역을 이용한 세금 탈루가 철저히 차단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사모아 제도,바하마,쿡 제도 등 3곳과 과세정보교환협정에 가서명했다고 7일 밝혔다.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협정이 정식으로 발효된다. 정부는 그동안 이들 지역과 과세정보교환협정을 추진해왔지만 협정 체결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정부는 버뮤다,파나마,케이맨군도 등과도 과세정보교환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며 상반기 내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조세회피지역을 통해 탈세를 일삼고 있는 사람이나 기업에 대한 세무당국 간 정보 교류가 가능해졌다. 정부의 올해 역점 추진 사안인 '해외 예금 신고제'도 탄력을 받게 됐다. 상반기 내 도입될 예정인 이 제도는 신고 대상 금융자산에 예금은 물론 펀드와 채권 등의 자산변동 내역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가서명으로 금융당국이 해외 금융정보를 효과적으로 취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조세피난처에 위장법인을 설립하고 가공(위장)거래로 수수료 등을 지급하는 불법 자금세탁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 번 돈 일부를 숨기거나 외국인인 것처럼 위장해 한국에 다시 투자하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을 가려내는 작업도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그동안 이들 지역과 과세정보교환협정을 맺지 못한 것은 조세피난처의 특성 때문이다. 통상 두 국가가 조세협약(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을 때는 과세의 근거가 될 납세자들의 소득에 관련된 정보교환의무를 조문 안에 넣는다. 하지만 조세피난처들의 경우 기업과 개인에게 세금을 거의 매기지 않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굳이 조세협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 이중과세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 · 세무당국이 조세피난처에 있는 소득탈루 혐의자들의 정보를 얻기가 무척 까다로운 게 현실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도 조세정보를 해외에 공개하지 않는다. 외국 정부가 요청할 경우 비거주자와 외국법인의 금융정보만 제공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런던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과세정보 교환 대상을 확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한국도 올해부터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 31조를 개정해 국내 조세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3개 조세피난처와 과세정보교환협정을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법의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조세회피지역(조세피난처)=법인세 · 개인소득세를 물리지 않거나 과세를 하더라도 아주 낮은 세금을 적용함으로써 세제상의 특혜를 부여하는 장소를 말한다.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기 때문에 탈세와 자금세탁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바하마 · 버뮤다제도 등 카리브해 연안과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섬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