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도로 운영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만1년을 맞았다. 유례없던 세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시작된 이 회의가 민관 공동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한 것은 사실이다. 경제위기에 휩쓸린 국가들 중 우리가 비교적 성공사례로 손꼽혔고,올해는 5%대의 성장까지 내다볼 정도가 된 것은 분명 의미가 적지 않다.

지난 1년간 한 일을 돌아보면서 정부는 할 얘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려움도 참으로 많았고, 나름대로 애썼다며 공치사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자화자찬할 상황이 못된다. 경제는 어느 한쪽에서라도 확신을 할수 없을 정도로 시계가 불투명한데다,당장 해야할 일도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민 · 취약층의 체감경기는 지난해보다 크게 나아졌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비상경제 체제 1년을 맞아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고,어디에 역점을 둬야 하는가. 무엇보다 국내외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과 금융회사 등 민간부문이 경기활성화의 중심에 서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끔 해야 한다. 지난해는 추경예산을 짜며 정부가 전방위로 경기회복에 앞장선 것이 당연했으나 이제부터는 민간 주도의 정상화 체제에 들어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1년 점검회의에서 "민간이 올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을 짚은 지적이라고 본다. 다만 이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민간기업의 투자가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기업을 중심으로 민간이 움직이자면 이제 정부가 해야할 일은 정해져 있다. 지속적인 규제완화와 감세정책 등 행정 지원을 강화하면서 정치 · 사회적 안정을 이뤄 경제외적인 갈등 · 대립으로 경제가 움츠러들지 않게끔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한다. 국회 역시 밀린 민생경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되,대립을 증폭시키는 낡은 정치를 끝내야 한다.

올해 국내경제에 대한 낙관론도 적지 않지만 지난해 성장이 워낙 정체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 당장 어제 발표된 KDI의 1월 경제동향만 봐도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개선속도는 매우 완만하다. 위기 1년을 자축(自祝)하기에 앞서 정부부터 다시한번 신발끈을 조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