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도약! 2010]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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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막히는 관광지 무료함 달래 주려면 도로위 뻥튀기 장사에게 브레이크 댄스라도 가르쳐야"
"깃발 관광의 시대는 갔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관광을 통해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소프트 관광과 스토리텔링 관광을 적극 지원해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습니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경제신문에 밝힌 새해 관광정책의 청사진이다. 2008년 2월 취임한 유 장관은 지난 2년 동안 추진해온 사업들이 속속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유 장관은 "도로에 길이 막히면 뻥튀기 장사에게 브레이크 댄스라도 가르쳐 관광객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려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관광산업의 효과는 제조업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짧은 시간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우리 문화와 역사가 담긴 한국형 소프트 관광을 집중 육성해 해외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방문의 해(2010~2012)를 맞아 대대적인 관광객 유치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년 중국(13억명)과 일본(1억3000만명) 인구의 10%만 유치해도 우리나라는 관광산업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잠재고객들을 바로 이웃에 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에요. 특히 작년에는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 관광객이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관광객보다 많아서 고무적입니다. 중국 관광객 유치 실적은 아직 기대에 미치진 못하지만 양국 비자문제 등이 해결되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는 중국 상하이 엑스포에 몰려들 8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중점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
▼아무리 그래도 중국과 일본의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패배주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한국과 이웃 국가들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입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같은 동양문화권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중국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을 우리나라도 찾게 해야 합니다.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한 대목이에요. "
▼한 · 중 · 일 3개 국가의 관광 협력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해나갈 생각입니까.
"우선 한 · 중 · 일 공동 교통카드를 만들 계획입니다. 중국과는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일본과는 여러 분야에서 논의가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국과는 상하이 엑스포기간 중에 무비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양국 간 수학여행 교류도 늘릴 생각입니다. 근본적으로는 동아시아 내 관광교류시대에 대비해 3국 간 역내 단일관광시장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당국 간 협력이 잘되고 있어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어요. "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광 서비스 산업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문화산업과 콘텐츠산업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믿음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나 민간이나 아직 제조업 중심의 마인드가 강한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순수 외화가득률 같은 지표를 보면 관광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20배 이상의 효율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 들어 관광 관련 세제나 지원체계를 많이 개편했습니다. 비록 경제위기 영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광수지가 9년 만에 흑자(4억달러)로 돌아선 것은 의미있는 반전입니다. "
▼하지만 경제관료들조차 상대적으로 관광산업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 아닙니까.
"해리포터나 반지의제왕과 같이 소설 하나로 엄청난 부가가치가 생긴 사례들을 주목해야 합니다. 아무리 제조업 규모가 크더라도 짧은 시간에 이만한 가치를 만들어내긴 힘들어요. 당장 투자했을 때 얼마가 나온다는 식의 근시안적 접근으로는 관광산업을 살리기가 어렵습니다. "
▼한국의 관광인프라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어떻습니까.
"교통 숙박 음식 등 우리의 관광 인프라는 전반적으로 빈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관광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명소를 찾아다니는 '깃발 관광'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관광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어요. 관광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되짚으며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려고 합니다. KBS의 예능 TV 프로그램 '1박2일'이 왜 히트를 쳤는지 아십니까. 한겨울에도 바깥에서 잠을 자는 연예인들을 통해 뭔가 대리만족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 많은 사람들은 고속도로보다 오솔길을,편안한 특급 호텔보단 TV 전화가 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에너지를 안쓰는 그린관광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
▼그런 생각이 정부나 업계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아직 부족하지요. 지방자체단체들은 도로 확장과 같은 SOC 투자를 원하고 있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돈 많이 들여서 호텔을 짓거나 도로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관광을 살릴 수 없습니다. 지금 정부가 태안에 레저기업도시를 만들고 있는데 진입도로를 저희가 만듭니다. 일부러 도로를 좁게 만들려고 해요. 다들 차가 막힐까봐 걱정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길,음악이 들리는 길,굉장한 매력이 있는 길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길이 막혀도 관광객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줄 작정이에요. 예를 들어 뻥튀기를 파는 분들에게 브레이크 댄스라도 가르쳐야지요. "
▼중국 일본에 비해 하드웨어가 달리는 한국은 소프트 · 지식 관광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어떤 방안을 갖고 있습니까.
"지금 관광에 필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의 확대입니다. 템플스테이나 고택 체험은 3~4개월 예약이 다 차 있을 정도로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아요.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고택 600채가 들어서 있는 안동 같은 곳은 큰 문화 재산입니다. 남해안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정취와 문화역사적 자원도 충분히 세계적인 관광지로 육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스토리텔링 관광을 뒷받쳐줄 수 있는 사회 전반의 역량은 아직 모자라는 편입니다. 관광버스 안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패턴을 끝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카지노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카지노는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싱가포르도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음 달 카지노를 개설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원랜드 사례로 봤을 때 내국인 카지노는 폐해가 더 우려되는 게 사실이에요. 카지노 자체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내국인 카지노는 해당 지역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
글=조일훈/조진형 기자 jih@hankyung.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경제신문에 밝힌 새해 관광정책의 청사진이다. 2008년 2월 취임한 유 장관은 지난 2년 동안 추진해온 사업들이 속속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유 장관은 "도로에 길이 막히면 뻥튀기 장사에게 브레이크 댄스라도 가르쳐 관광객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려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관광산업의 효과는 제조업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짧은 시간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우리 문화와 역사가 담긴 한국형 소프트 관광을 집중 육성해 해외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방문의 해(2010~2012)를 맞아 대대적인 관광객 유치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년 중국(13억명)과 일본(1억3000만명) 인구의 10%만 유치해도 우리나라는 관광산업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잠재고객들을 바로 이웃에 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에요. 특히 작년에는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 관광객이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관광객보다 많아서 고무적입니다. 중국 관광객 유치 실적은 아직 기대에 미치진 못하지만 양국 비자문제 등이 해결되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는 중국 상하이 엑스포에 몰려들 8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중점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
▼아무리 그래도 중국과 일본의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패배주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한국과 이웃 국가들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입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같은 동양문화권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중국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을 우리나라도 찾게 해야 합니다.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한 대목이에요. "
▼한 · 중 · 일 3개 국가의 관광 협력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해나갈 생각입니까.
"우선 한 · 중 · 일 공동 교통카드를 만들 계획입니다. 중국과는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일본과는 여러 분야에서 논의가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국과는 상하이 엑스포기간 중에 무비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양국 간 수학여행 교류도 늘릴 생각입니다. 근본적으로는 동아시아 내 관광교류시대에 대비해 3국 간 역내 단일관광시장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당국 간 협력이 잘되고 있어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어요. "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광 서비스 산업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문화산업과 콘텐츠산업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믿음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나 민간이나 아직 제조업 중심의 마인드가 강한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순수 외화가득률 같은 지표를 보면 관광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20배 이상의 효율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 들어 관광 관련 세제나 지원체계를 많이 개편했습니다. 비록 경제위기 영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광수지가 9년 만에 흑자(4억달러)로 돌아선 것은 의미있는 반전입니다. "
▼하지만 경제관료들조차 상대적으로 관광산업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 아닙니까.
"해리포터나 반지의제왕과 같이 소설 하나로 엄청난 부가가치가 생긴 사례들을 주목해야 합니다. 아무리 제조업 규모가 크더라도 짧은 시간에 이만한 가치를 만들어내긴 힘들어요. 당장 투자했을 때 얼마가 나온다는 식의 근시안적 접근으로는 관광산업을 살리기가 어렵습니다. "
▼한국의 관광인프라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어떻습니까.
"교통 숙박 음식 등 우리의 관광 인프라는 전반적으로 빈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관광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명소를 찾아다니는 '깃발 관광'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관광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어요. 관광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되짚으며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려고 합니다. KBS의 예능 TV 프로그램 '1박2일'이 왜 히트를 쳤는지 아십니까. 한겨울에도 바깥에서 잠을 자는 연예인들을 통해 뭔가 대리만족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 많은 사람들은 고속도로보다 오솔길을,편안한 특급 호텔보단 TV 전화가 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에너지를 안쓰는 그린관광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
▼그런 생각이 정부나 업계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아직 부족하지요. 지방자체단체들은 도로 확장과 같은 SOC 투자를 원하고 있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돈 많이 들여서 호텔을 짓거나 도로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관광을 살릴 수 없습니다. 지금 정부가 태안에 레저기업도시를 만들고 있는데 진입도로를 저희가 만듭니다. 일부러 도로를 좁게 만들려고 해요. 다들 차가 막힐까봐 걱정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길,음악이 들리는 길,굉장한 매력이 있는 길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길이 막혀도 관광객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줄 작정이에요. 예를 들어 뻥튀기를 파는 분들에게 브레이크 댄스라도 가르쳐야지요. "
▼중국 일본에 비해 하드웨어가 달리는 한국은 소프트 · 지식 관광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어떤 방안을 갖고 있습니까.
"지금 관광에 필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의 확대입니다. 템플스테이나 고택 체험은 3~4개월 예약이 다 차 있을 정도로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아요.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고택 600채가 들어서 있는 안동 같은 곳은 큰 문화 재산입니다. 남해안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정취와 문화역사적 자원도 충분히 세계적인 관광지로 육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스토리텔링 관광을 뒷받쳐줄 수 있는 사회 전반의 역량은 아직 모자라는 편입니다. 관광버스 안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패턴을 끝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카지노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카지노는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싱가포르도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음 달 카지노를 개설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원랜드 사례로 봤을 때 내국인 카지노는 폐해가 더 우려되는 게 사실이에요. 카지노 자체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내국인 카지노는 해당 지역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
글=조일훈/조진형 기자 jih@hankyung.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