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둘레길·무등산 옛길·산티아고 순례길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아름다운 자연과 한적한 정취를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옛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뽑은 2009년 10대 히트상품에 '도보체험 관광'이 8위를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걸 그룹'(7위)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도보체험 관광'을 히트시킨 대표적인 곳이 제주 올레길이다. 좁은 길을 따라 해안가를 돌면서 하늘과 바람을 느긋하게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레길(사진) 매력에 푹 빠져 매주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지리산 자락의 S라인을 한 바퀴 휘둘러 오는 둘레길도 인기다. 마을길을 지나 시냇가 둑길을 걷다 어느새 논길이 이어지고 소박한 풍경에 미소를 짓는다.
옛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옛길 트래킹 코스를 내놓고 있다. 무등산 옛길은 지난 5월 개방 이후 벌써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옛길의 인기 비결은 속도만을 앞세운 '시장의 질주'에 반기를 들고 느림의 철학을 일깨워준다는 데 있다. 흙이 살아 숨쉬는 무공해의 자연길을 걸으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다.
스페인의 유명한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로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프랑스 국경에서 스페인 서북부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800여㎞ 길을 순례한 뒤 확인도장과 증서를 받으며 기뻐한다. 산티아고의 경제적 효과는 호텔과 쇼핑을 주로 삼는 유럽의 대도시 관광과 맞먹는다.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국장은 "도시에서 벗어나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끊고 자연을 즐기고 충전을 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자동차를 타는 대신 두 발로 걸으면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매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미를 훼손했다고 피해를 보는 사례들도 제법 있다. 전남 다도해 관광지구는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았더니 당일 관광객만 늘어나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조 국장은 "다리가 생기면서 다도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오히려 반감됐다"며 "관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공동기획 : 미래기획위원회·국가브랜드위원회
'도보체험 관광'을 히트시킨 대표적인 곳이 제주 올레길이다. 좁은 길을 따라 해안가를 돌면서 하늘과 바람을 느긋하게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레길(사진) 매력에 푹 빠져 매주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지리산 자락의 S라인을 한 바퀴 휘둘러 오는 둘레길도 인기다. 마을길을 지나 시냇가 둑길을 걷다 어느새 논길이 이어지고 소박한 풍경에 미소를 짓는다.
옛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옛길 트래킹 코스를 내놓고 있다. 무등산 옛길은 지난 5월 개방 이후 벌써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옛길의 인기 비결은 속도만을 앞세운 '시장의 질주'에 반기를 들고 느림의 철학을 일깨워준다는 데 있다. 흙이 살아 숨쉬는 무공해의 자연길을 걸으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다.
스페인의 유명한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로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프랑스 국경에서 스페인 서북부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800여㎞ 길을 순례한 뒤 확인도장과 증서를 받으며 기뻐한다. 산티아고의 경제적 효과는 호텔과 쇼핑을 주로 삼는 유럽의 대도시 관광과 맞먹는다.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국장은 "도시에서 벗어나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끊고 자연을 즐기고 충전을 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자동차를 타는 대신 두 발로 걸으면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매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미를 훼손했다고 피해를 보는 사례들도 제법 있다. 전남 다도해 관광지구는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았더니 당일 관광객만 늘어나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조 국장은 "다리가 생기면서 다도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오히려 반감됐다"며 "관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공동기획 : 미래기획위원회·국가브랜드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