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와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국제유가를 연일 밀어올리면서 한국 경제의 발목을 붙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거래일 연속 상승한 유가는 15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하며 83달러를 넘어섰다.

6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1.41달러(1.7%) 오른 배럴당 83.18달러에 마감했다. 2008년 10월(86.59달러) 이후 최고가다. 10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은 199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런던 국제거래소(ICE)에서 2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1.25달러(1.6%) 오른 배럴당 81.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이 주로 구매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7일 오전 도쿄 선물시장에서 1.55달러 오른 81.40달러에 거래되며 15개월 만에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유가 강세는 북반구에 밀어닥친 한파로 난방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원유 수요의 32%를 차지하는 중국 북부지역에서 섭씨 영하 30도가 넘는 한파가 몰아친 것도 유가 강세 배경이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130만배럴 증가했다는 소식도 유가 강세를 꺾지 못했다.

칼리온 은행의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프 배럿은 "미국 동북부 지역 기온이 15일까지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이번 주 난방유 수요가 예년보다 11%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이미 지난달 추위로 수요가 20% 정도 늘어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BNP파리바의 톰 벤츠 원자재선물 애널리스트는 "배럴당 83.60달러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를 넘어서면 또 다른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가와 반대로 움직여온 달러화 가치의 변동도 최근에는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달러화는 작년 12월부터 올초까지 강세를 보였으나 유가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80달러를 훌쩍 넘어 83달러 선까지 뛰어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가의 이 같은 이례적인 움직임이 경제 회복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의 제조업지수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원유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칼리온 은행의 로빈 바 애널리스트는 "올해 전 세계 경제 펀더멘털의 긍정적 신호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