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키로 한 가운데 세종시에 입주할 대기업과 연구소,사업 분야 등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세종시 입주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주요 기업은 지난 5일 정부가 확정한 세종시 투자유치 인센티브 방안을 검토하며 세종시 입주에 대한 손익을 따져보고 있다. 삼성 현대 · 기아자동차 SK 한화 등 대기업그룹은 세종시에 바이오 전기자동차 신 · 재생에너지 등 미래 주력사업의 생산 및 연구 · 개발(R&D)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6개 국책연구기관도 입주

삼성그룹은 삼성LED의 LED칩 생산시설과 삼성전자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사업부문 등을 세종시에 세우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최종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투자 규모는 향후 5년간 5000억원 선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LED 부문에서는 조단위 투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때 세종시행이 거론됐던 삼성전자 신규 LCD 패널 생산라인은 탕정 지역의 반발과 물류 효율성 저하 등을 이유로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중 · 장기적으로 세종시에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대덕에 2차전지 생산라인을 가동할 계획이지만 상용화 단계에 들어가면 추가로 공장을 지어야 한다"며 "세종시에 입주한다면 해외 자동차업체와의 배터리 공급계약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가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세종시 60만㎡(18만여평) 부지에 국방사업 및 태양광 발전 등 신성장사업의 신규 R&D센터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정부와 최종 조율 중이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 국토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6개 국책연구기관도 세종시로 옮긴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25개 직할 출연연구기관 중 일부도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초기술연구회,국가핵융합연구소,연구개발인력교육원,고등과학원 등 4곳의 이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불참' 기업들 부담도 커져

세종시 입주가 여의치 않은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세종시 사업을 '나몰라라' 할 수만은 없어서다. 포스코는 '세종시로 이전할 후보사업을 물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 속에 입주 가능한 사업을 찾고 있다. 기존 사업 대신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녹색사업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CD 생산라인 등 미래사업 기반시설 대부분을 파주에 건설하고 있는 LG그룹은 세종시로 옮길 만한 마땅한 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충북 오창(2차전지),경북 구미(TV),경남 창원(백색가전) 등 남부 지역에 기반을 둔 생산설비도 현실적으로 이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LG 관계자는 "지난해 구미에서 평택으로 일부 LCD라인을 옮길 때도 경북 지역민들의 반발로 큰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며 "기존 사업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세종시 입주의 득과 실을 따져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송형석/임기훈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