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알몸 투시기' 도입 등 항공 보안검색 강화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으나 회원국 사이의 이견만 다시 확인한 채 헤어졌다.

7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민간항공 보안 규정 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은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폭탄테러 미수사건을 계기로 탑승객 보안검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다.

참석자들은 우선 네덜란드와 미국 관계자로부터 이번 폭탄테러 미수사건과 관련한 사실 관계를 청취하고 '알몸 투시기'로 불리는 전신 스캐너 도입 등 보안검색 강화 조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여러 방안이 논의됐지만 이날 회의의 핵심 논제는 전신 스캐너 도입을 EU 차원에서 도입하도록 입법 절차를 추진할 것인지 여부였다.

전신 스캐너 의무 도입과 관련해서는 EU의 입법안을 "인권을 침해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08년 유럽의회가 거부, 이 제안이 폐기되면서 EU 차원의 법제화가 무산된 상태다.

결국, 필요와 재량에 따라 개별 회원국이 전신 스캐너 도입, 운용 여부를 결정하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스웨스트항공 폭탄테러 미수사건의 '진앙'이었던 네덜란드는 전신 스캐너를 대거 추가 도입해 운용하기로 했으며 대서양 횡단 노선 비중이 큰 영국 역시 전신 스캐너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들 외에 전신 스캐너 도입 의사를 밝힌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이날 회의에서 현 시점에서는 전신 스캐너가 테러리스트의 폭발물 기내 반입을 적발할 최적의 수단이라면서 EU 차원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사회 순번의장국인 스페인이 인권침해와 인체 부작용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 절차를 추진해 봐야 유럽의회에서 '퇴짜'를 맞을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독일도 여전히 전신 스캐너 도입에 소극적 자세를 견지하는 등 이날 회의에서도 양측이 '평행선'을 달려 이견만 재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한 법률안이 유럽의회에 거부되는 아픈 경험을 가진 집행위도 "항공 안전을 강화하도록 영상화 장치(전신 스캐너 등) 사용 법제화를 고려하고 있으나 그러한 기술이 초래할 인권침해, 개인정보 보호, 인체 부작용 등의 문제도 동시에 검토 중"이라고 신중론을 피력했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