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해피 선데이-1박2일' 연출 이명한PD

"프로그램이 2년 반을 지나면서 본궤도에 오른 것 같아요.

2년 반 중에 150일을 함께 먹고 잔 것이니까 출연진과 스태프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확실하죠."
'해피선데이-1박2일'은 지금 명실 공히 KBS 예능프로그램의 '수훈선수'다.

연말 시상식에서 '1박2일'의 메인 MC 격인 강호동이 2년 연속 연예대상을 받는가 하면,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가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 상을 받았다.

지난 3일 방송에서는 '1박2일' 코너가 41%를 기록하는 등 시청률 면에서도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해피선데이'와 대결한 SBS의 '패밀리가 떴다(패떴)'는 최근 종영하고 출연진을 바꿔 시즌2를 준비 중이고, 전통의 강호였던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 역시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진다.

7일 오후 KBS에서 만난 이명한(40) PD는 프로그램 인기의 비결을 150일 동안 한솥밥을 먹은 출연진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박2일'이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출연진이 서로 잘 받쳐주기 때문"이라며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출연진의 캐릭터가 진짜 본인의 모습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강호동은 평소에도 다른 연예인들을 이끄는 대장 역할을 자주 해왔고,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승부욕도 많은데 방송에서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또 처음에는 '일꾼'으로 불렸던 이수근도 점차 프로그램에 적응하면서 개그맨으로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 '앞잡이'라는 새 별명을 얻는 등 자연스럽게 자신의 캐릭터를 프로그램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내면에 A, B, C, D의 여러 모습이 있다"며 "'1박2일'이 출연진의 그 여러 모습을 순서대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사실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3일 방송에서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박찬호가 시청률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 PD는 박찬호의 출연 역시 '1박2일' 코너가 가진 가족적인 분위기와 공감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초 '1박2일'에 출연한 박찬호 선수가 출연진들과 정말 좋은 인연을 맺게 되면서, 10승을 거두면 미국에 출연진을 초대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며 "결국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되면서 박 선수가 미안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겹쳐 이번에 출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하루 출연진과 지냈을 뿐인데 급속도로 사람을 친하게 만드는 코너가 '1박2일'이라는 자랑섞인 설명이다.

그동안 다녀온 곳도 만만찮다.

코너 제목인 '1박2일'이 무색한 일주일 여정의 백두산과 안내한 배의 선장도 '40년 경력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항해'였다고 혀를 내둘렀다는 독도 등 촬영하기 어려운 곳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독도 편에 대해서는 "풍랑이 너무 심해서 카메라맨들까지 쓰러져 멀미하는 통에 출연진이 멀미하는 장면을 찍지 못했다"며 "찍었으면 방송에 썼을 텐데…"라며 아직도 아쉽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1박2일'의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일단 예능 최초의 남극 촬영을 반년째 계획 중이다.

"최소 2주 정도 일정으로 가게 될 것 같아요.

촬영 단계에서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남극 특유의 맹렬한 눈보라(blizzard)가 심하면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것도 방송에 녹여내야죠. 저희 '1박2일'은 항상 자연과 싸우면서 해온 프로그램이니까요.

"
경쟁 프로그램인 '패떴'과 '일밤'이 주춤한 것에 대해서 이 PD는 "적절한 경쟁 관계가 되면 서로 시너지를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시청자 입장에서도 비교하면서 볼 수 있어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가 더 좋다"고 두 프로그램에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이 PD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진행하는 시청자 참여 특집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는 "100만이 넘는 시청자들이 출연 신청을 한 만큼 선발에 어려움이 많다"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아직 출연할 시청자팀을 선발하는 중이며 1월 말께 이들과 함께 녹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