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을 포함한 7명 멤버들은 경기도 가평으로 추위 극복 훈련을 떠난다. 멤버들은 저녁 요리 게임에 들어가 서로 모르게 쌀과 김치 고기 등을 하나씩 선택한다. 그 결과 무려 5명이 쌀을 골라 멤버들은 제대로 된 반찬없이 밥만 잔뜩 먹는다. 이때 특별 초빙인사인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나타나 날이 밝거든 얼음이 꽁꽁 언 계곡물로 들어가자고 제안한다. 10일 방송편에서 이들은 한겨울철 냉수욕으로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에 앞서 멤버들은 탁구게임을 갖고 지는 팀이 바깥에서 밤을 지새는 내기를 펼친다.
지난 3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은 시청률 41%(TNS미디어 기준)로 자체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예능 프로가 시청률 40%를 웃돈 것은 극히 드문 일.이날 SBS의 경쟁 예능프로인 '패밀리가 떴다'(이하'패떴')는 17%에 그쳤다. '패떴' 팀은 다음 날 이 프로의 종영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요일 저녁 시간대 KBS와 SBS 간판 예능프로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1년 전만해도 '1박2일'과 접전을 벌이던 '패떴'은 최근 들어 뒤처지면서 이달 말로 종영된다. 이유는 무엇일까.
'1박2일'은 강호동 · 이승기 · 이수근 · 김C · MC몽 · 은지원 · 김종민 등 연예인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여행하면서 마주치는 돌발상황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내용.시청자들은 바쁜 일상에서 놓쳤던 여행에 대한 환상을 대리만족한다. 극본없이 펼쳐지는 돌발상황에서 당황해하는 멤버들의 대처 방식에서도 흥미와 웃음거리를 찾는다. 매회 여행에서 나름대로 주제를 갖고 뭉클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힘으로 분석된다. 이명한 PD는 "무엇보다 '휴먼스토리'야말로 인기의 핵심 요인"이라며 "단순한 오락프로의 한계를 벗어나 식탁위 된장처럼 당연히 봐야하는 메뉴가 됐다"고 말했다.
가령 영양 오지마을 홈스테이편에서 주인인 노부부는 멤버들과 헤어질 때 함께 눈물을 흘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접촉하면서 정이 들어버린 것.독도도 다녀왔고 남극 탐험도 준비 중이다. 이런 여행에서 출연 연예인들은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멤버들은 비연예인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외국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지난해 2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후 다음 달 재개할 예정인 '시청자와 떠나는 투어'는 최근 12만6000명의 신청자가 몰렸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출연 멤버들은 여행길에서 교감하며 서로 가족처럼 친숙해진다. 박찬호는 1년 전 이 프로에 처음 나왔다가 멤버들과 친해져 최근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1박2일' 멤버들을 찾았다.
'패떴'은 2008년 6월 첫 방송할 당시 '1박2일'의 아류란 지적을 받았다. 1년 정도 뒤늦게 출범하면서 농촌과 어촌 등으로 떠나는 프로였기 때문.그러나 유재석과 이효리를 주축으로 박예진 · 이천희 · 김수로 · 대성 · 윤종신 등의 패밀리 캐릭터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인기가 솟구치며 한때 '1박2일'을 추월했다. 리더 유재석은 자신을 낮추며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를 살려주고 게스트들의 숨겨진 끼를 북돋워줬다. '섹시스타' 이효리는 몸을 사리지 않고 진흙탕에도 몸을 던졌고 박예진은 서슴없이 닭과 돼지를 잡으며 '달콤살벌 예진아씨'로 불렸다.
그러나 '패떴'의 대본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참돔낚시도 연출된 것이란 논란이 거셌다. 이로써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생명인 날것 그대로의 생동감을 서서히 잃어갔다.
스토리텔링화에도 실패했다. '1박2일'은 여행지에 대한 스토리텔링화를 잘 구현해 시청자에게 감동과 의미를 전달했지만 '패떴'은 멤버들의 개인기에 너무 의존해 식상함을 빨리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후발주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이야기가 필요한 데 그게 부족했다는 게 방송가의 분석이다. 결국 유재석과 이효리 등이 '패떴'하차를 결정하면서 다른 멤버들도 사퇴의사를 굳혔다. '패떴' 관계자는 "식상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멤버들로 구성된 시즌2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