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섹스& 더 시티] 골드미스의 '이기적(?)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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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은 배신해도 돈은 남는다"
대기업 과장인 이은혜씨(36).누가 봐도 능력 있는 미혼여성이다. 그의 연봉은 약 6000만원.3년 전 부모 슬하에서 독립해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서 혼자 산다. 현재 자산은 전세보증금을 포함해 1억2000만원이 전부다. 재테크엔 영 젬병인 탓이다. 매달 보험과 청약부금에 70만원을 붓는 것이 전부다. 사실 부모와 함께 살던 시절엔 어머니가 이씨의 돈 관리까지 해줬다.
◆"돈 불리는 거요? 관심 없어요"
이씨는 돈 불리는 것보다 '우아하게 사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외모는 일종의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의학의 힘을 빌려 눈과 코를 손봤고,피부탄력이 없어진다 싶으면 보톡스를 맞는다. 취미도 다양하다. 영화에 끌려 몇해 전 시간을 쪼개 야간대학원에서 영화이론 석사과정을 마쳤다.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다. 영화를 알게 되니 사진에 흥미를 느껴 카메라 장비 구입에만 400만원을 들였다.
매년 여름휴가 때마다 해외에 나간다. 출국할 때마다 공항 면세점에 들러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이나 구두 등을 구입한다. 여태까지 들인 돈이 38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행과 쇼핑에 들어가는 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핸드백 하나를 사도 좋은 걸로 골라야죠.면세점은 할인이 되니까 여행도 가고 쇼핑도 하고 일석이조입니다. " 통장 잔액이 빈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쓴 돈 이상으로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만족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씨가 독신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맞는 짝을 만나기만 하면 바로 결혼할 생각이다. 커리어를 멋지게 쌓고 싶은 욕심도 있다. "나에게 끊임없이 투자해서 내 가치를 높여야만 그 수준에 맞는 배우자감을 만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외모를 가꾸고,좋은 옷과 가방을 사고,교양을 쌓는 등 노력을 하며 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죠."
◆'MF펀드'에 가입했죠
유통업체에 다니는 직장생활 5년차 박원희씨(32)는 월급을 타면 절반(150만원)을 뚝 떼어 어머니에게 드린다. 50만원은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재테크를 부탁드렸다. 은행 지점장을 지낸 아버지는 몇해 전 퇴직했다. 박씨는 어머니가 불려놓은 돈이 8000만원쯤 된다.
"제 친구들끼리 'MF펀드(마더파더펀드)'라고 불러요. 딸내미가 벌어오는 돈을 엄마 아빠가 알아서 굴려주시는 거죠.제 이름으로 된 적금 800만원을 탔는데 여기에 엄마 돈을 더 붙여 1000만원짜리 상품으로 다시 만들어주는 식입니다. 생활비로 매달 50만원씩 드린 것까지 다 제 재테크에 쓰고 계셨더라고요. 사실 저는 제 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관심 없어요. 부모님이 알아서 해주시니까요. 친구들 중에 본인 자산이 얼마인지 모르는 애들이 많죠."
미혼 직장 여성 가운데 박씨 같은 사례가 많다. 회사일에 바쁜 딸을 위해 재테크를 대신해 주는 중산층 이상 가정의 엄마들이 늘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박씨는 결혼 뒤에도 자신의 수입 중 일부를 계속해서 엄마에게 맡길 생각이다. "언젠가는 제 손으로 직접 재테크를 해야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제일 든든하잖아요. "
◆"결혼자금만 만들면 되죠"
프리랜서 디자이너 백성아씨(29)는 재테크 목표액이 3500만원이다.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올해 말 결혼 예정이라 부지런히 모으고 있다. 백씨는 "사회 초년병 땐 한 달에 30만원씩 적금을 붓다가 수입이 늘수록 점점 액수를 불렸다"며 "사실 주식이나 펀드는 어렵고 관심도 없어 은행에서 권유하는 안정적인 상품 위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백씨의 부모님은 결혼자금을 보태줄 형편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벌어서 마련해야 한다. "요즘엔 남자쪽에서 전셋값으로 1억~2억원 정도 쓴다고 하네요. 여자는 혼수와 예단,결혼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고요. 전셋값이 모자라면 보탤 생각도 있습니다. 만약 제 남자친구의 부모님께서 집을 구하는데 도와주신다면 제 돈 중 일부를 저희 부모님께 드리고 결혼할 계획이에요. "
화장품업체에 근무하는 김수영씨(35)는 부모님 칠순잔치 준비를 위해 적금을 들어 놓았다. 그의 재테크 중 유일하게 '목적'이 있는 부분이다. 김씨는 "얼마 전 엄마 환갑을 맞았는데 형제가 오빠 하나뿐이라 부담이 됐다"며 "부모님 환갑이나 칠순 등에 대비해 푼돈을 미리 모아 두면 나중에 목돈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습관만 고쳐도 절반은 성공
탁현심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20~30대 미혼 여성들에 대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엔 돈을 아끼지 않는 세대'라고 평가했다. '1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을 가겠다''화장품만은 명품을 쓰겠다'는 등 좋아하는 분야엔 아낌없이 지출한다는 것.그는 "소비하면서 행복을 느낀다면 나쁘지 않지만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에 대해 적절히 나눠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성격보다 고치기 힘든 것이 소비습관이라는 말도 있다. 탁 팀장은 "저축하고 남는 돈으로 소비하는 습관만 갖더라도 재테크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며 "재테크는 '절약→저축→투자'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즉 1000만원을 투자해 1년에 20% 수익을 올리면 수익금은 200만원이지만 한 달에 16만원씩 저축하면 1년 저축액은 역시 200만원으로 결과가 같아진다는 것.20%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절약해서 저축하는 방법이 더 확률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20대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돈 관리법 41>의 저자인 이지연 금융 컨설턴트는 '개인재무제표'를 만들 것을 권했다. 대차대조표는 자산을 부채와 자본으로 구분해 재정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식화한 표이고,손익계산서는 수입과 지출 상황을 매일 기록해 둔 것.그는 "개인재무제표를 만들면 본인의 지출 흐름이 보이기 때문이 효과적으로 목표를 설정해 자금 흐름을 조절하고 자산을 형성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백상경 인턴 likesmile@hankyung.com
◆"돈 불리는 거요? 관심 없어요"
이씨는 돈 불리는 것보다 '우아하게 사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외모는 일종의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의학의 힘을 빌려 눈과 코를 손봤고,피부탄력이 없어진다 싶으면 보톡스를 맞는다. 취미도 다양하다. 영화에 끌려 몇해 전 시간을 쪼개 야간대학원에서 영화이론 석사과정을 마쳤다.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다. 영화를 알게 되니 사진에 흥미를 느껴 카메라 장비 구입에만 400만원을 들였다.
매년 여름휴가 때마다 해외에 나간다. 출국할 때마다 공항 면세점에 들러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이나 구두 등을 구입한다. 여태까지 들인 돈이 38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행과 쇼핑에 들어가는 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핸드백 하나를 사도 좋은 걸로 골라야죠.면세점은 할인이 되니까 여행도 가고 쇼핑도 하고 일석이조입니다. " 통장 잔액이 빈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쓴 돈 이상으로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만족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씨가 독신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맞는 짝을 만나기만 하면 바로 결혼할 생각이다. 커리어를 멋지게 쌓고 싶은 욕심도 있다. "나에게 끊임없이 투자해서 내 가치를 높여야만 그 수준에 맞는 배우자감을 만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외모를 가꾸고,좋은 옷과 가방을 사고,교양을 쌓는 등 노력을 하며 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죠."
◆'MF펀드'에 가입했죠
유통업체에 다니는 직장생활 5년차 박원희씨(32)는 월급을 타면 절반(150만원)을 뚝 떼어 어머니에게 드린다. 50만원은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재테크를 부탁드렸다. 은행 지점장을 지낸 아버지는 몇해 전 퇴직했다. 박씨는 어머니가 불려놓은 돈이 8000만원쯤 된다.
"제 친구들끼리 'MF펀드(마더파더펀드)'라고 불러요. 딸내미가 벌어오는 돈을 엄마 아빠가 알아서 굴려주시는 거죠.제 이름으로 된 적금 800만원을 탔는데 여기에 엄마 돈을 더 붙여 1000만원짜리 상품으로 다시 만들어주는 식입니다. 생활비로 매달 50만원씩 드린 것까지 다 제 재테크에 쓰고 계셨더라고요. 사실 저는 제 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관심 없어요. 부모님이 알아서 해주시니까요. 친구들 중에 본인 자산이 얼마인지 모르는 애들이 많죠."
미혼 직장 여성 가운데 박씨 같은 사례가 많다. 회사일에 바쁜 딸을 위해 재테크를 대신해 주는 중산층 이상 가정의 엄마들이 늘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박씨는 결혼 뒤에도 자신의 수입 중 일부를 계속해서 엄마에게 맡길 생각이다. "언젠가는 제 손으로 직접 재테크를 해야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제일 든든하잖아요. "
◆"결혼자금만 만들면 되죠"
프리랜서 디자이너 백성아씨(29)는 재테크 목표액이 3500만원이다.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올해 말 결혼 예정이라 부지런히 모으고 있다. 백씨는 "사회 초년병 땐 한 달에 30만원씩 적금을 붓다가 수입이 늘수록 점점 액수를 불렸다"며 "사실 주식이나 펀드는 어렵고 관심도 없어 은행에서 권유하는 안정적인 상품 위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백씨의 부모님은 결혼자금을 보태줄 형편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벌어서 마련해야 한다. "요즘엔 남자쪽에서 전셋값으로 1억~2억원 정도 쓴다고 하네요. 여자는 혼수와 예단,결혼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고요. 전셋값이 모자라면 보탤 생각도 있습니다. 만약 제 남자친구의 부모님께서 집을 구하는데 도와주신다면 제 돈 중 일부를 저희 부모님께 드리고 결혼할 계획이에요. "
화장품업체에 근무하는 김수영씨(35)는 부모님 칠순잔치 준비를 위해 적금을 들어 놓았다. 그의 재테크 중 유일하게 '목적'이 있는 부분이다. 김씨는 "얼마 전 엄마 환갑을 맞았는데 형제가 오빠 하나뿐이라 부담이 됐다"며 "부모님 환갑이나 칠순 등에 대비해 푼돈을 미리 모아 두면 나중에 목돈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습관만 고쳐도 절반은 성공
탁현심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20~30대 미혼 여성들에 대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엔 돈을 아끼지 않는 세대'라고 평가했다. '1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을 가겠다''화장품만은 명품을 쓰겠다'는 등 좋아하는 분야엔 아낌없이 지출한다는 것.그는 "소비하면서 행복을 느낀다면 나쁘지 않지만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에 대해 적절히 나눠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성격보다 고치기 힘든 것이 소비습관이라는 말도 있다. 탁 팀장은 "저축하고 남는 돈으로 소비하는 습관만 갖더라도 재테크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며 "재테크는 '절약→저축→투자'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즉 1000만원을 투자해 1년에 20% 수익을 올리면 수익금은 200만원이지만 한 달에 16만원씩 저축하면 1년 저축액은 역시 200만원으로 결과가 같아진다는 것.20%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절약해서 저축하는 방법이 더 확률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20대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돈 관리법 41>의 저자인 이지연 금융 컨설턴트는 '개인재무제표'를 만들 것을 권했다. 대차대조표는 자산을 부채와 자본으로 구분해 재정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식화한 표이고,손익계산서는 수입과 지출 상황을 매일 기록해 둔 것.그는 "개인재무제표를 만들면 본인의 지출 흐름이 보이기 때문이 효과적으로 목표를 설정해 자금 흐름을 조절하고 자산을 형성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백상경 인턴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