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8일 "한은의 경제 인식이 정부의 경제 인식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상반기 중 출구 전략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상반기에는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초저금리의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가 아직까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열석(列席) 발언권을 행사한 것은 11년 만이며 금통위는 연 2.0%인 기준금리를 11개월 연속 동결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는 지난해 3분기까지 대규모 재정 투입 이후 염려했던 수요 약화 현상이 없고 4분기에도 완만한 확장세를 유지했다"면서도 "이번 금융위기가 과거에 겪지 못한 것이기에 세계 경제가 어떤 경로를 밟아갈지 아직 확실한 그림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기준선인 3% 아래에 있을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통화정책은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 회복세 지속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허 차관은 금통위에서 "경제가 회복하고는 있지만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힘들다. 정부와 한은이 정책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