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가 보유외환의 외채 상환 전용을 놓고 대통령과 대립하다가 결국 해임됐다.

AFP통신은 마르틴 레드라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가 7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해임 명령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3주 전 외채 상환을 위한 기금 조성을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 66억달러를 정부에 넘기도록 지시했으나 레드라도 총재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6일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해 직권남용과 업무수행 실패의 책임을 물어 레드라도 총재 해임을 명령했다. 명령에 따르면 8일부터 현 중앙은행 부총재가 임시로 총재직을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차기 중앙은행 총재로 마리오 블레저 전 중앙은행 총재를 선임했다.

막대한 국가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해 말 보유외환을 활용,외채 상환기금을 설치하겠다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약 480억달러의 외환 일부를 활용,채무상환 보증을 하자는 것.아르헨티나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가 모두 13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상환 부족액이 20억~70억달러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는 200억달러의 부채를 상환했다.

현재 야당 의원들과 경제학자들은 레드라도 총재의 사임에 반대하고 있다. 야권은 중앙은행 총재 해임 여부를 의회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의회는 지난해 6월 말 실시된 총선 결과에 따라 여소야대 형국이다. 일부 헌법 전문가들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짓밟았다"며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해임 명령을 비판하고 있다. 반면 중앙은행 내부에서는 외채상환기금 조성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레드라도 총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