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작년에 비해 취업시장의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전기전자,유통 부문에서 변함없이 활발한 신규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그간 부진을 보였던 조선 등의 부문에서도 채용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취업의 좁은 문이 크게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오산이다. 취업 재수생까지 가세하면서 상반기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채용 방식과 인재상의 변화를 파악하고 맞춤 준비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올 한 해 취업 부문의 변화와 업종별 전망을 알아보자.

◆IT산업 부각,인턴제 확대 등 특징

올해 대기업 채용 부문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턴제의 확대다. 삼성전자가 인턴제를 통한 정규직 채용 비중을 늘리기로 하는 등 인턴십 공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직자들에게 요구하는 능력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의 영어 성적 위주보다는 전공과 관련된 전문 지식과 프로젝트 수행 능력 등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 면접시간과 단계도 늘어난다. 면접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면접에선 압박 면접의 비중이 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학가에서 입사준비를 위한 모의 면접이 증가하고 예상 답안도 널리 퍼지다 보니 옥석 고르기가 더욱 어려워진 탓이다. 면접관으로부터 핀잔이나 다그침이 있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의연한 자세로 면접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력수요가 가장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파트는 정보기술(IT) 부문으로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의 취업 증가가 기대된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인력을 채용하려는 기업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힘입어 원전 관련 산업의 인력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경제부와 업계에 따르면 2011년까지 부족한 원전 관련 전문인력은 2648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상반기 중 중소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눈에 띄게 늘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대기업들은 하반기가 돼야 본격적으로 채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형태의 채용이 올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구직 및 고용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렸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진행하는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눈여겨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공기업 부문 여전히 침체

업종별로는 IT · 전기전자 분야가 올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마트폰 붐으로 인해 소프트웨어 부문이 크게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정보 업체인 '커리어'가 최근 응용 소프트웨어 직종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작년 9월엔 2444건으로 전체 채용공고의 16.1%에 불과했지만 11월엔 3544건으로 전체의 23.9%를 차지했다. 이 분야의 채용 비중이 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아직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채용 규모는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올 3월 말과 9월 말 신입 채용을 실시할 계획이며 LG텔레콤도 1월 중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전기전자는 주로 연구직과 생산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해당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이공계 인재를 선호한다. 면접에선 전공지식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 이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IT 분야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자격요건이 유연한 편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업무에 관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컴퓨터 활용 등과 관련된 자격증을 소지하는 것이 좋다.

유통,무역 업종도 올해 채용 전망이 밝다. 경기회복으로 인한 소비지출이 늘어나고 온라인 쇼핑몰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매출액 100대 기업의 채용 전망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 업체 중 80%가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채용 인원은 작년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신세계는 매년 상하반기 인턴십을 통해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상 · 하반기 각각 6주 간 인턴 실습을 통해 이를 통과한 사람만 채용한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대우인터내셔널도 신규 인력을 4월과 10월 중에 모집한다.

유통업은 업종 특성상 사교성과 성실성을 높게 평가한다. 따라서 입사지원서나 면접을 통해 이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 또 대부분의 유통 업체들은 지원자의 인턴십 경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므로 유통업체 취업을 원한다면 인턴십을 거치는 것이 유리하다. 무역업은 외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어학실력을 꾸준히 쌓아야 한다. 이 밖에 자동차와 석유화학 부문 역시 수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채용 전망이 밝은 편이다.

반면 공기업 취업문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별로 넓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2012년까지 정원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공기업의 올해 채용 계획 조사에서도 조사대상 업체인 7곳 모두 '올해 채용계획이 없거나 미정상태'라고 답했다.

조선 및 중공업은 경기불황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다. 실제로 한진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은 작년에 대졸 신입을 채용하지 않았다. 새해 들어 이 분야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채용시장까지 영향을 주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 · 중공업 업종의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직무 분야 자격증을 취득하고 자기소개서나 면접전형에서도 전문성을 적극 어필해야 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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