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무가 맡은 초고층사업은 하나같이 해외 랜드마크 빌딩들이다. 그는 1993년 말 말레이시아 최고층 빌딩이자 현재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KLCC타워(88층 · 452m) 현장에 공사부장으로 나가면서 해외 초고층 사업과 인연을 맺는다. 이후 1996년 하반기 KLCC 현장소장에 올라 이 사업을 마무리지었다.
이듬해 초 김 상무는 바로 필리핀 최고층 빌딩 피비콤(PBcom · 55층) 현장소장으로 이동한다. 피비콤 발주처에서 당시 세계 최고 건물이었던 KLCC 공사를 담당했던 인물이 공사를 총괄해줄 것을 요구,1996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필리핀으로 날아가 피비콤 측과 인터뷰한 후 공사를 따낸 것은 지금도 유명하다.
2000년 말부터 2004년 초까지 3년여 동안은 UAE 아부다비투자청(ADIA) 본사건물 현장소장으로 빌딩을 완공했으며 이어 2005년 2월부터 지금까지 부르즈 칼리파 야전사령관으로 현장을 지휘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 그를 '영원한 해외 건설 현장소장'으로 부르는 이유다.
김 상무는 2008년 세계적인 건설전문지 ENR에 의해 '2008년 뉴스메이커 25인'에 선정됐다. ENR는 "국적과 사용하는 언어가 서로 다른 부르즈 칼리파 30여개 협력업체와 미팅을 직접 주재하고 현장근로자를 진두지휘하면서도 순조롭게 공사를 이끄는 리더십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 상무는 한양대 건축학과(학사 · 석사)를 졸업하고 첫발을 내디딘 ㈜한양 근무시절을 포함,20년 가까이 동남아 중동 등 해외건설현장을 누비면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뜻의 유능제강(柔能制剛)을 좌우명으로 달고 살았다. "다양한 국가 출신의 기술진과 협력업체 발주처 등과 맞닥뜨리면서 상대방 문화와 입장을 이해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