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前회장 CES 참관] "日기업 신경 쓰이지만 겁은 안난다"…자신감·경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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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부스서 3D 안경 써본후 무테안경 주며 "다리 비교해봐라"
"기자들 붐벼 폐 될수 있다" 만류에 "LG·하이얼 부스도 둘러 보겠다"
"기자들 붐벼 폐 될수 있다" 만류에 "LG·하이얼 부스도 둘러 보겠다"
9일(현지시간) 낮 12시55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입구.검은색 코트와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맨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차에서 내렸다. 글로벌 전자회사를 일군 주역이지만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인 CES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었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장을 둘러본 이 전 회장은 즉석에서 삼성 제품들에 대한 차별화 포인트를 짚어내고,해외 경쟁사 부스에선 경각심을 담은 다양한 주문을 쏟아냈다. '엔지니어링 고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영자''제품에 대한 통찰력과 상상력이 가장 강한 경영자'라는 평가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일본이 곧 따라오겠지"
첫 방문 장소는 삼성이 올해 야심작으로 내세운 7㎜짜리 LED TV 앞."TV를 정말 얇게 만들었다"는 최 사장의 설명에 "일본이 곧 따라오겠지"라는 다소 '드라이'한 품평이 돌아갔다.
윤부근 TV담당 사장에게는 "LED TV 테두리는 금속으로 돼 있는데 너무 날카롭게 각이 져 있어 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윤 사장은 TV 뒷면을 보여주면서 "전체적으로 둥글게 처리했기 때문에 다칠 염려가 없다"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잘했다"며 윤 사장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이와 관련, 이 전 회장은 일본 기업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신경은 쓰이지만 겁은 안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e북 리더기 코너.윤 사장은 "모니터가 한계에 달해 e북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며 메모 기능을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글씨가 너무 두껍게 쓰여진다"고 지적한 뒤 "더 얇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며 개선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어 3D TV 전시공간에 도착해 직접 안경을 써본 뒤 휴대폰과 TV,컴퓨터 간 무선으로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성능을 시연하는 현장으로 향했다. 이 자리에서는 "2년 전에 나온 기술을 왜 내놓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최 사장은 "기술이 계속 진보하고 있어 다시 전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노트북 매장에서는 하드용량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프린터 전시장으로 향했다. 삼성전자가 미래 전략제품으로 삼고 있는 프린터에 대해 "프린터는 작고 가볍고 성능이 좋아야지,어느 것 하나가 부족하면 경쟁력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개인용 프로젝터 전시장에선 "(프로젝터의 두께가) 5분의 1 정도로 얇아졌으면 좋겠다"고 구체적인 주문사항을 내놓았다. 휴대용 프로젝터를 지금의 20% 수준,즉 휴대폰 정도 크기로 줄이지 않으면 개인용으로 쓰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3D 안경 더 편하게 만들라"
이 전 회장은 40여분간 전시장을 둘러본 뒤 잠시 VIP룸에서 휴식을 취했다. 밖에서는 "체력 안배를 감안해 한두 군데 정도만 더 둘러보고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중국 하이얼과 일본의 파나소닉 샤프 소니에 이어 삼성 반대편에 있던 LG전자 전시장까지 모두 찾아갔다.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기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다른 회사에 폐를 끼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전부 둘러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하이얼 부스에서 중국 제품들의 제품력과 해외 경쟁력을 따져물었고,최 사장은 "계속 한 단계씩 앞서 나가겠다"고 답했다. 파나소닉과 샤프,소니 전시장에서 직접 3D TV용 안경을 써본 뒤에는 코받침과 안경다리를 가리키며 "안경은 여기가 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테 안경을 꺼내 최 사장에게 건네면서 "이것과 비교해 봐라"고 당부했다. 3D TV가 성공하려면 오래 써도 불편하지 않은 안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 사장은 "이번에 안경 공부 많이 했다"며 관련 연구개발이 많이 진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LG전자 전시장을 찾은 이 전 회장은 전시된 TV들을 일일이 만져본 뒤 전시장을 빠져나갔다. LG 부스의 스피커 소리가 너무 커서 자세한 대화내용은 들을 수 없었다.
삼성은 1993년 '신경영' 선포 이후 이 전 회장의 모든 발언을 기록하고 녹음해 전 사업장에 전파하는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감사팀이나 경영혁신팀은 사후 실행 내지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CES 방문은 수원사업장에서 정례적으로 열리는 월드베스트 제품과의 '비교전시회'가 라스베이거스로 건너온 것으로 보면 맞다"며 "모든 제품들에 이 전 회장의 주문사항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장을 둘러본 이 전 회장은 즉석에서 삼성 제품들에 대한 차별화 포인트를 짚어내고,해외 경쟁사 부스에선 경각심을 담은 다양한 주문을 쏟아냈다. '엔지니어링 고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영자''제품에 대한 통찰력과 상상력이 가장 강한 경영자'라는 평가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일본이 곧 따라오겠지"
첫 방문 장소는 삼성이 올해 야심작으로 내세운 7㎜짜리 LED TV 앞."TV를 정말 얇게 만들었다"는 최 사장의 설명에 "일본이 곧 따라오겠지"라는 다소 '드라이'한 품평이 돌아갔다.
윤부근 TV담당 사장에게는 "LED TV 테두리는 금속으로 돼 있는데 너무 날카롭게 각이 져 있어 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윤 사장은 TV 뒷면을 보여주면서 "전체적으로 둥글게 처리했기 때문에 다칠 염려가 없다"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잘했다"며 윤 사장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이와 관련, 이 전 회장은 일본 기업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신경은 쓰이지만 겁은 안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e북 리더기 코너.윤 사장은 "모니터가 한계에 달해 e북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며 메모 기능을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글씨가 너무 두껍게 쓰여진다"고 지적한 뒤 "더 얇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며 개선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어 3D TV 전시공간에 도착해 직접 안경을 써본 뒤 휴대폰과 TV,컴퓨터 간 무선으로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성능을 시연하는 현장으로 향했다. 이 자리에서는 "2년 전에 나온 기술을 왜 내놓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최 사장은 "기술이 계속 진보하고 있어 다시 전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노트북 매장에서는 하드용량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프린터 전시장으로 향했다. 삼성전자가 미래 전략제품으로 삼고 있는 프린터에 대해 "프린터는 작고 가볍고 성능이 좋아야지,어느 것 하나가 부족하면 경쟁력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개인용 프로젝터 전시장에선 "(프로젝터의 두께가) 5분의 1 정도로 얇아졌으면 좋겠다"고 구체적인 주문사항을 내놓았다. 휴대용 프로젝터를 지금의 20% 수준,즉 휴대폰 정도 크기로 줄이지 않으면 개인용으로 쓰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3D 안경 더 편하게 만들라"
이 전 회장은 40여분간 전시장을 둘러본 뒤 잠시 VIP룸에서 휴식을 취했다. 밖에서는 "체력 안배를 감안해 한두 군데 정도만 더 둘러보고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중국 하이얼과 일본의 파나소닉 샤프 소니에 이어 삼성 반대편에 있던 LG전자 전시장까지 모두 찾아갔다.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기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다른 회사에 폐를 끼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전부 둘러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하이얼 부스에서 중국 제품들의 제품력과 해외 경쟁력을 따져물었고,최 사장은 "계속 한 단계씩 앞서 나가겠다"고 답했다. 파나소닉과 샤프,소니 전시장에서 직접 3D TV용 안경을 써본 뒤에는 코받침과 안경다리를 가리키며 "안경은 여기가 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테 안경을 꺼내 최 사장에게 건네면서 "이것과 비교해 봐라"고 당부했다. 3D TV가 성공하려면 오래 써도 불편하지 않은 안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 사장은 "이번에 안경 공부 많이 했다"며 관련 연구개발이 많이 진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LG전자 전시장을 찾은 이 전 회장은 전시된 TV들을 일일이 만져본 뒤 전시장을 빠져나갔다. LG 부스의 스피커 소리가 너무 커서 자세한 대화내용은 들을 수 없었다.
삼성은 1993년 '신경영' 선포 이후 이 전 회장의 모든 발언을 기록하고 녹음해 전 사업장에 전파하는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감사팀이나 경영혁신팀은 사후 실행 내지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CES 방문은 수원사업장에서 정례적으로 열리는 월드베스트 제품과의 '비교전시회'가 라스베이거스로 건너온 것으로 보면 맞다"며 "모든 제품들에 이 전 회장의 주문사항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