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자격 3순위까지 분양 신청자가 한명도 없는 청약률 '제로(0)' 아파트가 잇따르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일부 아파트의 경우 청약률이 제로 수준이다.

이들 단지는 연말 연초 분양에서 수원 광교,남양주 별내,인천 송도 등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 내 아파트들이 1순위에서 연이어 청약 마감된 것과 대조된다. 내달 11일 양도소득세 감면 시한을 앞두고 분양물량이 쏟아지자 선택폭이 넓어진 주택 수요자들이 인기지역만 골라 선별적으로 청약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0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이날 현재까지 청약 신청을 접수한 전국 60여개 단지 가운데 12곳에서 청약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청약률 제로 아파트는 지방에 집중됐지만 단지 규모가 작고 선호도가 낮은 수도권 지역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조양종합개발이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에 분양한 '부천 휴캐슬' 40채에는 청약자가 한명도 없었다. 최근 경기도 고양 일산 2지구에서 분양된 '현대 성우 오스타' 124채에는 순위 내 청약자가 단 한명에 불과했다. 최근 청약 접수를 마친 경남 사천시 죽림동 '아리안 1차'(125채) 아파트에도 청약자가 전무했으며 지난달 말 346채 아파트 청약을 받은 충남 천안 병천면 '레이크팰리스' 역시 3순위까지 신청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대전 대덕구 평촌동에 들어서는 '덕암 신일유토빌' 322채와 대전 서구 용문동의 '신영 미소랑' 109채에도 순위 내 청약자가 없었다.

분양불패 이미지가 굳혀진 광교 송도 등을 제외한 수도권 택지지구에서도 청약률은 크게 떨어지는 양상이다. 경기도시공사가 김포한강신도시에 일반분양한 '자연&e편한세상' 823채는 이날 현재 2순위까지 42명만이 청약해 0.05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분양된 현대산업개발의 수원 권선구 '아이파크시티' 2차분도 2014채 중 절반을 조금 넘는 1247명만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3개월 전인 작년 9월 분양한 이 아파트 1차분이 3순위까지 평균 2.74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과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실수요자들이 집값 상승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무작정 양도소득세 혜택만을 기대하고 많은 대출을 받아 분양받는 것을 불안해 하고 있다"며 "아파트 값이 확실하게 오를 만한 곳만 골라 선별적으로 청약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