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종합검사…KB금융·당국 '3라운드'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놓고 촉발된 금융당국과 KB금융 간의 갈등이 '3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KB금융 이사회가 금융당국의 뜻을 거스르고 강정원 행장을 회장으로 내정한 것이 1라운드,금융당국이 고강도 사전검사를 통해 강 행장을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시킨 게 2라운드였다면 이번 주부터 시작될 금융감독원의 KB금융에 대한 종합검사가 세 번째 대결인 셈이다.

금감원의 현미경 검사

금감원은 오는 14일부터 4주 동안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벌인다. 지난달 사전검사에서 사상 유례 없는 고강도 조사로 강 행장을 회장 내정자에서 물러나게 해 관치금융 논란을 야기했던 만큼 종합검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종합검사에는 금감원의 최정예 조사 인력 35~40명이 투입된다. 검사의 초점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딧뱅크(BCC) 인수 △부적절한 영화 투자에 따른 손실 △금전적 지원을 통한 사외이사 장악 의혹 △커버드본드(은행이 갖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채권 등을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 관련 손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대출 부실 확대 등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각종 투자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이나 사외이사의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투자는 대부분 금감원의 승인을 받고 이뤄져 결정적인 징계 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통상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끝나고 관련 법규 위반 사항을 제재하는데 3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오는 5월께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원의 레임덕 차단

강 행장은 지난주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을 면직,KB자산운용 부회장으로 전격 전보시키는 한편 국민은행에 대해선 조직 개편과 함께 부행장과 본부장에 대한 대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주초에는 KB부동산신탁 KB데이타시스템 KB신용정보 등 3개 계열사 사장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선 이번 인사를 금융당국에서 '무언의 퇴진 압력'을 받아 온 강 행장의 조직 다잡기로 본다. 회장 내정자 사퇴 이후 크게 흔들렸던 기강을 바로잡아 금감원의 종합검사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강 행장이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한 이후 KB금융 내부가 적지 않게 술렁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인사로 어수선했던 조직이 급속도로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회장 내정자에서 물러난 이후 제기된 행장 사임론을 잠재우고 오는 10월 말까지인 국민은행장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강 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행장으로서의 임기도 10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아 급속한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며 "강 행장 입장에선 이번 인사가 이 같은 우려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회장 선임과 관련,"사외이사들이 행사하는 과도한 영향력을 제한하고 일부 부적격자들을 교체한 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