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과 웰링턴, 항우와 유방, 이방원과 정도전 등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모두 라이벌 관계이다. 오늘날 세계의 역사는 ‘라이벌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격동기마다 라이벌은 언제나 있었고, 승자가 모든 것을 쟁취하고 패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가장 우월한 것만이 생존하고 진화한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인간 라이벌 사이의 파멸은 인간의 원초적 기능들 중 가장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처럼 라이벌 관계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라이벌(Rival)’의 어원은 라틴어 리버(River)에서 생겨났다. 강을 사이에 두고 함께 생활하지만 홍수로 강이 범람하면 생존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고, 가뭄이 들어 강물이 마르면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기도 했다는 말이다.

인간에 있어 라이벌의 역사를 본다면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일 것이고, 형제자매간에서도 그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라이벌관계는 대부분 주변에만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영웅간의 라이벌은 파워게임으로 그 지역을 넘어 세계의 지도가 달라지고, 새로운 역사가 쓰이게 되는 것이다.

라이벌을 살펴보면 서로 대립하는 당사자들이 공통된 목표를 추구한다는 점은 같지만, 그 둘은 상반되면서도 서로 닮은 것을 볼 수 있다. 한 시대에 두 영웅이 존재하지 않듯이 패한 쪽은 역사에서 사라지고 승자의 기록만이 남는다. 일세의 영웅 항우가 그렇게 사라졌고, 나폴레옹 역시 유배지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쓸쓸히 죽어갔다. 공통된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이 공존할 수 없을 때 어느 한쪽은 패 할 수밖에 없다. 현대의 라이벌도 크게 보면 별반 다르지는 않다. 다만 현대의 라이벌은 과거와 달리 어느 한쪽을 패배시켜 사라지게 하기보다 서로 공존하여 추동하는 힘으로 작용을 하는 경우도 많다.

상대방을 라이벌로 생각하면 그 사람도 내가 라이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서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마라톤에서 혼자 독주하는 선수의 기록보다 선두를 다투며 달리는 선수들의 기록이 더 좋다. 기업도 시장을 독점하는 경우 보다 라이벌 기업이 있을 때 시장이 더 커지고 매출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선두기업은 때로는 후발업체를 일부러 키우기도 한다.

마라톤 경기에서 일어난 일이다.
두 선수가 1, 2등을 다투며 달리고 있었다.
선두는 오른쪽으로 계속 고개를 돌리며 2등과 거리를 조절하며 달렸다.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선두가 여유 있게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리는 순간 2등이 보이지 않았다. 2등은 선두가 계속적으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 왼쪽으로 추월하여 내 달렸던 것이다. 결국 2등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상대에게 앞서있다고 자만하면 언제 입장이 바뀔지 모르는 것이 세상이다.
라이벌 관계가 되면 다른 사람들 보다 빠른 성공은 할 수 있지만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다.

한때 세계시장을 석권한 일본 전자업계가 우리에게 선두자리를 빼앗겼듯이 영원한 1등은 없다.1등도 뒤돌아서는 순간 꼴등이 될 수 있다.
좋은 라이벌을 만드는 것이 성공으로 나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숨은 라이벌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겼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위험하다.(hooam.com)

☞ 차길진 칼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