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서 원수로…구글과 애플 '스마트폰 결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구글, 애플에 전면전…대만 HTC와 손잡고 '넥서스 원' 발매
애플, 모바일 광고사 인수…구글에 반격
승자는 누가…휴대폰 업계, 구글 진영에 대거 가세
애플은 '앱스토어'로 고지 선점
애플, 모바일 광고사 인수…구글에 반격
승자는 누가…휴대폰 업계, 구글 진영에 대거 가세
애플은 '앱스토어'로 고지 선점
세계 검색업계 최강자 구글과 하드웨어 강자 애플이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정보기술(IT) 업계의 사자와 호랑이가 맞붙은 격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이 IT제품과 서비스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격돌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들의 혈투는 상대 회사의 이사를 선임하던 '절친' 사이였던 것을 감안하면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구글,애플에 전면전 선언
지난 5일 구글의 '넥서스 원' 휴대폰 발표는 두 회사가 전면전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구글이 대만의 휴대폰업체 HTC와 손잡고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판매하는 넥서스 원은 발표 즉시 애플 아이폰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구글은 아예 넥서스원을 '슈퍼폰'이라고 부르며 아이폰을 구식폰 취급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구글이 HTC와 함께 애플이 1월 말 발표 예정인 태블릿PC와 유사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도 잇따라 외신에 보도됐다.
애플은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았다. 바로 다음 날인 6일 애플은 모바일 광고업체 '콰트로 와이어리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2억7500만달러 선이었다. 지난해 11월 콰트로의 경쟁업체인 애드몹을 7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모바일 광고시장으로 구글이 영토를 확장하자 애플이 공격에 나선 것이다. 온라인 광고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구글의 목덜미에 애플이 칼을 겨눈 셈이다.
두 회사의 힘싸움은 인터넷 브라우저시장으로 확장됐다. 구글은 지난 7일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에서 잘 작동되도록 핵심 기능을 추가한 '크롬' 브라우저 새 버전을 발표했다. 구글은 아예 크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운영체제 '크롬 OS'를 올해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애플의 노트북 맥북 에어의 경쟁자로 크롬 OS를 탑재한 소형 넷북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절친에서 경쟁자로
2006년 8월 에릭 슈미트가 애플의 이사로 영입될 때만 해도 두 회사의 동맹 관계는 단단해 보였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과 마찬가지로 구글은 혁신 중심적인 기업"이라고 칭찬했고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스티브 잡스 회장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검색 엔진 부문의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MS의 업무용 프로그램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었다. 애플도 PC시장에서의 설욕을 다짐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구글과 애플의 업(業)의 본질은 각각 온라인 광고와 하드웨어 판매다. 구글은 개방을 기치로 저렴한 서비스를 내놓는 대신 서비스에 붙는 광고에서 수익을 내는 영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구글은 모든 서비스를 광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한다. 반면 애플은 매킨토시,아이팟,아이폰 등 자사의 하드웨어가 가치사슬의 핵심이다. 아이폰의 유료 애플리케이션 판매 수익 가운데 애플의 몫은 30% 수준이다. 무료 애플리케이션도 제공한다. 대신 고가의 단말기 판매로 이를 벌충한다.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의 판매 마진이 60%에 육박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아이폰 등장에 가장 열광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슈미트 회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스마트폰에서 맞붙게 된 건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그는 2007년 애플과 구글을 합병하면 '애플 구(Apple Goo)'로 부르면 되겠다며 "아이폰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한곳에 모든 것을 넣은 최초의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전까지 별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갇혀 있던 각종 기능이 아이폰에 모두 합쳐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구분은 모호해졌고 한 영역만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구글은 미래 비전의 핵심인 '클라우드 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 광고,동영상 콘텐츠,애플리케이션뿐만 아니라 OS와 하드웨어로 영역을 넓혀야만 했다. 애플도 아이튠스가 포괄하는 영역을 점점 넓혀 이용자가 불편없이 자사의 하드웨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만 했다. 결국 한때 MS 타도를 결의했던 두 회사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된 셈이다.
◆구글-애플,누가 승자될까
두 회사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구글의 넥서스원의 경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구글의 스마트폰용 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휴대폰이 대거 출시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전문가용'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던 안드로이드도 점차 이용자 편의성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아이폰의 아성이 두텁지만 핵심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자신만의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애플이 개방성을 중시해 동맹군을 늘려가고 있는 구글에 조만간 추격당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1980년대 다른 하드웨어 제조사에 문호를 활짝 열었던 MS의 도스와 윈도에 애플의 매킨토시가 완전히 눌려 벼랑 끝에 몰렸던 상황이 재연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잡스는 예전의 뼈아픈 기억을 반면교사 삼아 심기일전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올해 혁신적인 멀티미디어 디바이스인 태블릿을 출시하면서 전자책과 넷북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도 2만개 수준인 안드로이드의 5배인 10만개에 달한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두 회사에 대해 "어느 쪽이 더 개방적이고 폐쇄적인지 논하는 건 반쯤 물이 찬 유리잔에 대해 말하는 격"이라며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