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0'은 최첨단 전자제품의 경연장이었다. 삼성전자,LG전자 같은 국내 업체를 비롯해 소니,샤프,필립스,파나소닉,마이크로소프트(MS),인텔,HP,노키아 등 세계 140여개국 2830여개 업체가 참가해 올해 선보일 신제품들을 미리 공개했다.

올해 CES에서 살펴볼 수 있는 TV 업계의 키워드는 3차원(3D)과 인터넷이었다. 3차원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대부분의 TV 메이커들이 차세대 3D TV를 선보였다. TV나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인터넷과 연결한 제품도 한층 다양해졌다. 영화 등 영상 콘텐츠를 TV로 내려받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터넷전화,TV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등으로 가능한 서비스 범위가 넓어졌다. 프린터 중에도 인터넷과 연결해 PC 없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쇄가 가능한 제품들이 등장했다. 전력소모가 LCD(액정표시장치) 제품에 비해 적은 LED(발광다이오드) TV의 라인업이 확대된 것도 올해 신제품들의 특징 중 하나다.

디자인과 전력 소모량 등도 지난해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PC와 휴대폰을 합한 차세대 스마트폰 등 융복합 기술에 바탕을 둔 제품들도 다채로워졌다.


휴대폰+PC…전자책에 통신기능도
1) 융복합 제품이 뜬다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새해 첫 격돌 무대인 이번 CES에서는 다양한 융복합 제품이 등장했다.

LG전자가 인텔과 함께 개발한 'GW990'은 휴대폰과 PC를 묶은 신개념 모바일 기기다. 4.7인치 고해상도 화면을 통해 인터넷 사용,문서 작성,화상 통화까지 가능하다. 인텔의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프로세서를 포함한 통합 칩세트) '무어스타운'을 탑재했다. 화면이 작아 인터넷 사용이 불편한 스마트폰,통화 기능이 없고 들고 다니기엔 불편한 넷북의 단점을 동시에 해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제품에 들어간 인텔의 무어스타운 플랫폼은 모바일 기기로는 가장 빠른 1.2기가헤르츠(㎓)의 처리 속도를 낼 수 있다"며 "하반기 상용화 때는 초고속으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4세대 이동통신 LTE(롱텀에볼루션) 기술까지 담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2위 PC업체인 델은 통신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통신과 컴퓨팅의 영역 구분이 사라진 것이다. 미국 스마트폰업체인 팜은 신제품 '프리 플러스'에 각종 게임 기술도 담았다.

아마존의 '킨들'이 장악해 왔던 전자책(e-book)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 조짐이다. 단말기에 통신 기능을 내장한 제품이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IT업체인 플라스틱로직은 각종 통신기능을 담은 전자책 '큐 리더'를 내놓았다. 와이파이(무선랜),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뿐만 아니라 3세대(G) 이동통신까지 이용할 수 있다.

LED가 대세…초슬림에 초대형까지
2) 다양해진 LED TV

LED TV 신제품들도 CES 2010에서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에 비해 모델 수가 대폭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2~55인치 3개 시리즈였던 LED TV 라인업을 19~65인치 8개 시리즈로 늘렸다. 65인치 LED TV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는 거실용 대형 TV 시장뿐 아니라 안방에 놓고 보는 소형 세컨드 TV 시장에서도 LED TV가 대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LED TV의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지난해 제품에 비해 테두리의 두께가 한층 얇아졌으며 TV의 소재도 고급스러워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LED TV 판매 규모를 지난해 260만대에서 올해 1000만대로 끌어올려 'LED TV=삼성'이라는 공식을 굳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LED TV의 테두리 폭을 8.5㎜로 줄인 전략 제품 인피니아(INFINIA) 시리즈를 선보였다. 인피니아를 도요타의 렉서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인피니아 시리즈의 대표 제품인 LE9500은 47인치와 55인치 제품으로 480헤르츠(㎐ · 초당 480장의 화면 구현) 라이브 스캔 기술을 처음 적용해 잔상을 완전히 없앴다. 두께가 6.9㎜에 불과한 초슬림 LED TV,3D 기능이 들어간 55인치 LED TV와 72인치 LCD TV도 LG전자의 전략제품으로 꼽힌다.

영화·방송 제휴 활발…3D 빅뱅 시작
3) 3차원 TV 전성시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자회사들의 '3D TV' 선점 경쟁도 뜨겁게 펼쳐졌다. 이들 업체는 3D TV와 콘텐츠의 결합이 관건이라고 판단,영화사 방송사 등과의 제휴에도 적극 나섰다.

삼성전자는 3D 기술을 접목한 LED TV,LCD(액정표시장치) TV,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TV 등 3차원 TV 풀라인업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3D LED TV는 지금까지 나온 3D TV에 비해 한차원 높은 화질을 구현,'집안의 영화관'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은 "할리우드 대형 영화회사인 드림웍스와 제휴를 체결해 3D 전용 콘텐츠를 공급받기로 한 데 이어 연내에 10개 정도의 콘텐츠 업체와 제휴를 맺을 계획"이라며 "차별화한 콘텐츠로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3D 기능을 적용한 55인치 인피니아 LED TV,72인치 3D LCD TV와 60인치 3D PDP TV,150인치 대화면의 3D 프로젝터 등 다양한 라인업을 공개했다. 백우현 LG전자 사장(CTO)은 "올해부터 3D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며 "LCD,PDP,프로젝터 등 진보된 3D 기술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니는 소니픽처스 등 계열사를 통해 3D 콘텐츠를 제작한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3D TV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벽히 구축한 곳은 소니뿐"이라고 강조했다.

공짜 인터넷전화되는 TV
4) TV와 '한 몸'된 인터넷

인터넷 연결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TV 화면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제품들도 다수 등장했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회사인 스카이프(Skype)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무료 통화를 할 수 있는 '브로드밴드TV'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사용자가 TV를 보다 전화가 오면 간단한 리모컨 버튼 조작만으로 인터넷전화로 연결,영상 · 음성통화를 할 수 있다. 음성통화를 할 때는 TV가 저절로 무음 모드로 바뀐다. TV를 통해 화상회의도 할 수 있다. LG는 상반기 중 이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LG전자 TV에 스카이프 소프트웨어를 집어넣어 기존 PC,스마트폰 등에서만 할 수 있었던 인터넷전화를 큰 화면의 TV에서도 가능하게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TV를 시청하면서 뉴스,일기예보,증권,유튜브 동영상 등 인터넷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인터넷@TV' 기능을 적용한 제품군을 대폭 늘렸다. 이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군이 지난해 2개 시리즈에서 올해 5개 시리즈로 늘어났다.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인터넷을 연결한 제품도 등장했다. LG전자의 '넷캐스트 블루레이 플레이어'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단축 아이콘을 누르면 1만2000여편의 영화 콘텐츠를 갖춘 온라인 영화 대여업체인 넷플릭스,UCC 전문 사이트인 유튜브 등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MP3를 감상할 때 자동으로 음악에 관련된 정보를 검색해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에너지 적게 먹고 오래가고
5) 전력 소모량과의 전쟁

전력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저전력 제품들도 다수 전시됐다. LG전자는 미국 안전규격 기관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사로부터 세계 최초로 친환경 제품 인증(SPC · Sustainable Product Certification)을 받은 LED 모니터를 선보였다.

SPC는 △제품에 사용된 소재 △에너지 소비량 △제품 수명 △포장의 친환경성 △기업의 환경경영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인증이다. 관련 규정은 2006년에 만들어졌지만 실제 인증을 통과한 제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제품의 명암비는 500만 대 1이며 크기는 23인치다.

삼성전자는 46인치(116㎝)와 55인치(139㎝)짜리 공공장소용 LED 모니터를 내놓았다. 기존 제품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을 40% 정도 줄인 것이 특징이다. 화면 밝기를 기존 제품 대비 5배가량 높인 LED 프로젝터도 공개했다. 저전력 램프를 사용해 3만시간 이상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해 전원 연결 없이 쓸 수 있는 시간을 늘린 제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의 넷북 신모델 N210,N220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품은 전원 어댑터 없이도 하루 업무를 충분히 볼 수 있는 12시간 용량을 지원한다. 윈도를 부팅하지 않아도 '핫(바로가기) 버튼'을 통해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하다. 자주 사용하는 각종 응용프로그램도 부팅 없이 바로 열 수 있다. 화면 크기는 10.1인치이며,무게는 1.34㎏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