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으로 확 달려드는 전차,공중에 떠 있는 산들과 거대한 나무의 압도적 입체감,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내리는 느낌….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영화 관람을 단순한 '감상'이 아닌 '체험'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다. 스토리가 평범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화면 위에 펼쳐지는 영상은 한마디로 놀랍다. 이른바 3D(3 Dimensions) 영상 효과다.

사람의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은 6.5㎝ 정도 떨어져 있어 사물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본다. 이것이 뇌에서 합쳐져 상(像)이 완성된다. 3D 영화는 이 원리를 이용했다. 사람 눈과 비슷한 간격을 둔 2대의 카메라로 서로 다른 각도에서 찍은 영상을 특수안경을 끼고 보면 입체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입체영화는 1952년 '봐나 악마(Bwana Devil)'가 처음 선보인 이후 여러편이 제작됐다. 그런데도 유독 '아바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실감나는 영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우선 세트장에 250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세분화된 각도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을 낱낱이 기록했다. 배우 머리에도 초소형 카메라를 얼굴쪽으로 달아 눈동자나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눈썹의 떨림까지 포착해 컴퓨터 그래픽(CG)에 활용했다. 배우들이 "CG를 통해 인물의 성격뿐 아니라 영혼까지 담아냈다"며 만족했을 정도다. '아바타'가 벌어들인 돈은 10일까지 11억7000여만달러.벌써 제작비 5억달러의 2배 이상을 챙겼다. 일반 상영관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도 3D 전용관에서 재관람하는 경우가 많아 수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효과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스티븐 스필버그,조지 루카스 등 거장들도 잇따라 3D 영화를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 올해 개봉할 작품만 25편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곽경택 윤제균 등 흥행감독들이 '아름다운 우리''제 7광구' 등 3D 영화를 추진중이다. 제작비가 일반영화 보다 1.5~2배 정도 더 들어가지만 이런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 같다.

TV도 3D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방송에선 영화와 달리 한국과 일본이 앞선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올 들어 3D 전용채널 방송을 시작했고 일본의 케이블방송도 일부 프로그램을 부분 편성해 내보내고 있다. 전용안경을 쓰고 보는 입체 TV 수상기도 이미 개발이 끝나 양산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3D영상이 일상생활과 관련산업 판도를 얼마나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