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 이슬람 국가로 알려진 말레이시아에서 종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은 11일 말레이시아에서 비이슬람교의 신에 대해서도 '알라(Allah)'로 부르는 것을 허용하는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며 지난 8~11일 가톨릭교를 포함한 기독교 교회 9곳이 공격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새벽 남부 느그리슴빌란주의 보르네오 복음교회에선 주 출입구가 불에 타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교회는 사바주와 사라왁주 지역의 말레이 언어를 사용하는 기독교인들이 다니는 곳으로 신을 지칭할 때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7곳의 교회가 화염 공격을 받았다.

종교 간 갈등은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이 지난해 말 이슬람교도가 아니어도 신을 뜻할 때 '알라'라는 호칭을 쓸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알라라는 표현은 이슬람의 신을 지칭할 때만 쓸 수 있다고 항소,고등법원의 판결 효력이 일시 정지된 상황이다.

기독교 교회에 대한 일련의 공격은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소수인 기독교인들과 다수인 말레이족 이슬람교도 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말레이시아 인구 2800만명 중 약 9%가 기독교인이며 이들은 대부분 중국계나 인도계다. 이에 반해 말레이족 이슬람교도는 인구의 60%를 차지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