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가 특정 시기의 기후를 나타내주는 24절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등 상반기 12개 절기는 절기별 기후적 특성이 앞당겨졌고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한로(寒露) 등 하반기 12개 절기는 늦춰졌다.

11일 기상청이 발간한 '기후변화 이해하기 5-입춘에서 대한까지'에 따르면 지난 90년간 한반도 24절기 평균 기온은 처서(處暑 · 더위가 끝남)를 제외하곤 모두 과거(1919~1948년)보다 최근 10년(1999~2008년)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4절기는 태양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천문학적 구분으로 과거 농사의 기준과 세시풍속의 토대가 돼 왔다.

1919~2008년 24절기 중 봄 · 가을 · 겨울철 절기의 평균 · 최고 · 최저기온은 대체로 상승했고 최고기온보다 최저기온의 상승폭이 컸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 · 2월19일)부터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 · 7월23일) 절기에는 평균 기온이 0.3~3.3도 올랐다. 가을에 들어서는 입추(立秋 · 8월8일)부터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대설(大雪 · 12월7일) 절기에는 과거보다 평균 0.5~2.1도 높아졌다.

본격 추위를 알리는 소한(小寒 · 1월5일)과 가장 추운 때인 대한(大寒 · 1월20일),봄의 시작을 보이는 입춘(立春 · 2월4일)의 절기에는 2~2.8도 상승해 과거 그 절기에 해당하는 평균기온 값이 최근에는 아예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온 상승으로 절기별 기후 특성도 바뀌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경칩과 비슷한 기온은 최근 19일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양력 기준 3월6일인 경칩이 기온특성을 반영할 경우 2월15일로 바뀌어야 하는 셈이다. 상반기 12개 절기는 절기별로 2~19일 앞당겨졌다.

반면 한로(10월8일)는 과거 30년 평균 16도였지만 최근엔 18.1도로 2.1도 상승했다. 한로를 평균기온 16도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8일 늦어진 10월8일이 돼야 한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한로 등 하반기 12개 절기는 절기마다 4~8일 늦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24절기 평균기온은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대관령이 최저로 나타났다. 입춘~곡우,입추~대한 사이에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곳은 위도가 가장 낮은 제주도 서귀포였다. 입하~대서 사이에는 대구의 평균기온이 최고로 조사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로 수백년간 선조들이 농사 등에 참고하던 절기마저 바뀌고 있다"며 "24절기의 기후 변화는 일상 생활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적응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