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세종시 수정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실무'컨트롤 타워'다. 사무실에 간이 침대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경호처 건물에 방까지 잡아 놓고 세종시 수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4대강,공기업 선진화도 그의 소관이어서 지난 수개월간 그야말로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몰랐다"고 한다. 11일 박 수석으로부터 세종시 수정에 대한 그간의 과정을 들어봤다.

세종시 수정안을 내부적으로 언제부터 검토했나

"2008년 6월 국정기획수석 임명장을 받을 때부터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했다. 늘 신발 속에 자갈 하나 들어 있는 것처럼 불편했다. 자족기능에 대해선 국토해양부에서 2008년부터 검토해 왔지만 다른 국책사업과 국정일정 때문에 본격적으로 논의를 못했다. 그러다가 정운찬 총리가 내정되면서 발전방안을 공론화했다. "

세종시 성격을 요약하자면

"다른 지역에 갈 기업을 빨아들이는'블랙홀'이 아니라 서로 윈-윈하고 우리나라의 향후 30년 정도의 먹거리를 준비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이른바 '화이트 홀'이 될 것이다. 미래 나라의 발전을 위한 기폭제가 되자는 것과 현지 주민들의 억울한 심정을 헤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자는 두 관점에서 추진했다. "

기업 추가 유치 계획이 있나.

"현재로서는 부지가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쉽지 않다. 다만 추가 입주 의사를 표명하는 기업은 혁신도시 · 기업도시로 입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줄 용의는 있다. 글로벌 투자 유치 쪽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되면 중이온 가속기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입주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

친박근혜와 야당,충청인의 반발이 적지 않다. 어떻게 돌파하려는지

"정치적인 복선을 갖고 있거나 정략적 구도에서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순수한 정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전술적 측면보다는 진심이 제일 중요하다. 해당 지역 발전과 나라 미래를 위한 선택을 했다는 점을 정성을 다해 설명드리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단순한 분산 이전이 아닌 파이를 더 키우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면 낙관적 기대를 해도 좋을 듯 싶다. "

이명박 대통령이 책임진다고 했다. 어떤 역할을 할 예정인가.

"국정 전반을 총괄하기 때문에 정부안을 발표했으니까 직접 국민들 앞에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만날 계획이 있는지.

"제가 답변드릴 입장에 있지 않다. 두 분이 만날 계획 자체는 현재로선 없다. 아무래도 국민을 보고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 정당 지도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하는 게 우선이 아니겠느냐고 본다. "

세종시법 개정안 국회 처리 목표 시점은.

"결국 국민들이 정부의 진정성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역 주민들이 세종시 수정 계획에 대해 얼마만큼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예단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1,2년을 무작정 보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 정부 임기 내에 본격 착공에 들어가고 일부 완공까지 하려면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소모적이고 정략적인 논쟁이 오래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공감대 없이 서두르는 것도 어렵다. 적절하게 절충해서 추진하겠다. "

정치권 협상 과정에서 부처 몇개 이전 등 타협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9부2처2청 이전이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 수정안을 추진했다. 연간 4조원의 낭비가 있는 등 비효율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법안 통과가 어려우니까 몇개 부처를 이전하겠다는 것으로 타협한다면 옳지 못하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

정치적 해결이 안 될 땐 국민투표를 하자는 얘기도 있다.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방법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