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증권전문가들은 주식투자시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한 곳에 투자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위험을 피하고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권한다. 주식 투자 뿐 아니라 모든 재테크에 적용되는 투자전략으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 투자에 나서야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명동시장의 어음할인도 마찬가지다.

12일 기업신용정보제공업체인 중앙인터빌(http://www.interbill.co.kr)에 따르면 투자금액 전체를 큰 금액의 어음할인에 투자하기 보다는 여러 개의 다른 형태 어음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만약에 발생할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기업이 발행한 어음은 통상적으로 하청업체에 대금으로 지급되는데 하청업체는 이 어음을 현금화 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한다. 어음 투자자들은 어음의 액면가 보다 낮게 할인해 산 뒤 만기까지 갖고 있다가 현금으로 바꾸거나 만기 전에 수수료를 챙기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있다. 이를 통상 '어음투자', '어음할인'이라고 부른다. 이 어음의 거래는 전통적으로 명동 사채시장을 이어가는 큰 축이었다.

사채시장에서 거래되는 어음은 대부분 물품이나 용역, 서비스 등의 실거래를 동반한 '진성어음'이다. 통상 어음에는 이 같은 진성어음과 물품 및 용역, 서비스의 거래가 동반되지 않고 단순히 자금을 융통하기위해 위해 발행한 '융통어음'이 있다.

융통어음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기업이 자금조달 을 위해 '차용증' 형태로 발행하는 융통어음과 계약금조로 발행하는 융통어음이다. 이 융통어음들은 사채시장에서 간혹 할인이 성사되기도 하지만 금액이 크며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기에 대부분 업자들은 할인을 꺼리는 것이 통상적인 예이다.

어음은 명동에 '어음중개'란 간판을 단 사무실에 연락하면 어음은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유통되는 어음에 관한 특성과 발행 기업의 신용도를 파악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부도나면 어음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돼 버리기 때문에 어음을 살 때에는 발행기업의 재무상태 등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최근 폭설로 명동의 인파는 한산하나 어음문의는 평소와 다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어음중개업 사무실에서는 A건설사 어음이 회자됐다.

그러나 명동에서는 'B급' 정도로 거래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어음으로 쉽게 할인이 이뤄질 줄 알았으나 몇일을 기다려야 했다. 거래를 터오던 한 전주가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할 뿐 할인금리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서야 이 전주가 자신이 정한 포트폴리오에 따라 어음을 매입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이 운용하는 자금을 어느 특정 기업어음의 매입을 일정규모 이상이 되지 않도록 조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음중개업자는 "이 전주는 최근 되돌아온 어음 투자 자금을 회수한 뒤 A건설사 어음을 할인하고자 했으나 어음소지자의 사정으로 결국 저축은행에서 어음을 할인했다"고 말했다.

중앙인터빌 백재용 과장은 "저축은행에서는 'A, B급' 어음만 취급하지만 금리는 사채시장보다는 저렴한 편"이라며 "하지만 직접 방문해 약정서 등을 작성해야 하고 배서 이외에 보증을 서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백과장은 이어 "과거 같으면 괜찮은 'A급' 어음 몇 곳에 운용하는 자금을 대부분 투자했지만 최근 들어 리스크 관리를 위해 특정 회사 어음에 한도를 정해놓고 분산투자하는 것이 통상적이 투자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동전망대] 어음도 분산투자로 리스크 회피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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