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정안, 국회 통과 안되면 충청주민 피해 더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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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올인한 정운찬 국무총리
대전 내려가보니 민심 변하는것 느껴
부처 가면 폼날지 모르지만 기업이 지역발전 더 도움
국내외 기업·연구소 투자 가능성 타진 줄이어
대전 내려가보니 민심 변하는것 느껴
부처 가면 폼날지 모르지만 기업이 지역발전 더 도움
국내외 기업·연구소 투자 가능성 타진 줄이어
정운찬 국무총리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세종시에 올인해 온 정 총리에게서는 수정안을 발표한 뒤의 홀가분함까지 느껴졌다. 그는 "수정안이 인색한 점수를 받지는 않을 것 같다"며 "발전 방안이 나온 뒤 충청도민도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실사구시 총리,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총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노력만 놓고 보면 총리로서 A학점이라고도 했다.
대담 = 이재창 정치부장
▼수정안은 몇 점짜리라고 보십니까.
"학교에 있을 때 저는 잘 쓴 답안지보다는 서툴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답안지에 더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수정안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만들기는 했지만 상당히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고 자평합니다. 그렇게 인색한 점수를 받을 것 같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
▼왜 그런 평가를 내리시는지요.
"원안에 비해 훨씬 알차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고용과 인구 유입을 위해 기업과 대학을 유치했고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과의 연계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특히 삼성 등 선도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확실한 실천력을 갖췄다고 자평합니다. 자족 기능을 갖춘 인구 50만명 도시의 기틀을 세웠고 실효성 있는 지역균형발전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
▼수정안 발표 직후 대전을 방문했다고 하셨는데요,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직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반응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정치권과 일부 사회단체의 여론은 싸늘하지만 밑바닥의 일반시민 여론은 좀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주말 충남 연기군에 다시 내려가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할 생각이에요. "
▼충청권은 행정부처가 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습니다.
"부처가 세종시로 가면 폼이 날지 모르지만 과학비즈벨트와 삼성 한화 웅진 같은 대기업이 가는 게 지역 발전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
▼야당과 여당 내 친박계의 반발이 심합니다.
"수정안이 충청지역과 국가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국회의원들에게도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전력할 겁니다. "
▼만에 하나 국회 통과가 무산된다면.
"수정안 처리가 늦어지면 사회 혼란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 충청도민 입장에서도 이 문제는 빨리 해결돼야 합니다. 국회에서 부결되는 일은 상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도 수도를 분할한 나라가 없는데 우리가 왜 굳이 그런 실험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일부 부처를 내려보내는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세종시 문제는 중앙부처 일부가 쪼개져서 분리 이전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시각에서 논의가 시작된 것입니다. 2~3개 부처를 이전하려면 발전 방안이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
▼'계란세례'도 받고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텐데요.
"계란이 아니라 돌이 날아오더라도 지역주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돌멩이를 맞고 해결된다면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현 정부에서도 출범 초기부터 세종시 수정을 생각했는데 촛불시위,금융위기 등으로 기회를 놓쳤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지난해 9월 총리로 내정되면서 그 문제를 발제한 것이죠.국가 백년대계를 바로세우는 일인데 그런 면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
▼입주 기업과 협상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투자 인센티브를 먼저 정하고 기업들의 지원을 받는 것이 통상적인데 그렇게 하면 중구난방이 됩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제가 전경련 모임에 가서 지원하라고 시그널을 보냈죠.그래서 기업들이 지원한 것이고,나름대로 시장이 형성됐다고 봅니다. "
▼관치(官治)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권위주의 시대가 아니잖아요. 기업들은 장래 발전을 위해 투자를 모색해 왔고 좋은 조건이 나와 세종시에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기업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들어오려 하겠습니까. 지금도 국내외 많은 기업과 연구소들이 투자 가능성을 타진해 오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신청을 받아 차근차근 선정해 나갈 계획입니다. "
▼야권 등에서는 '특혜 시비'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세종시에 간다는 것은 사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허허벌판에 큰돈 투자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업성을 따져보고 안 오겠다는 기업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서울대 유치는 어떻게 됐나요.
"서울대는 의사 결정 과정이 느립니다. 오고 싶은 단과대학도 있었지만 본부에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아 이번에 빠진 겁니다. 세종시 발전을 위해 서울대가 오는 게 바람직한데 강요는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는데.
"대통령과 저는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요. 우선 서민 출신이고,격식보다는 실질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정책적으로도 경쟁원칙을 지키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을 따뜻하게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에서도 같습니다. "
▼코드가 맞다는 말씀인가요.
"물론 전적으로 같을 수는 없지만 큰 틀에서 시각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과는 국무회의나 주례보고 등에서 의견을 많이 보완하고 조율해 나갑니다. 대통령께서 권한도 많이 주셨습니다. "
▼소득세와 법인세 경감 효과에 대해 학자 때의 소신을 바꾸신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이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경기 부양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소득 분배에 악영향만 끼친다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올초 대정부 질문에서 투자 부진을 풀기 위해서 법인세에 한해서는 일시적으로 경감할 수도 있다고 했죠.결국 유보됐고요. 제 생각과 같이 된 셈이죠."
▼석 달여간의 총리 역할을 자평하신다면
"평가는 크게 노력과 성적 두 가지로 할 수 있는데 노력만 본다면 A학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보고 카리스마가 없고 유약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부드럽게 설득하는 유연한 카리스마가 바람직한 것 아닌가요. 서울대 총장시절에 참모들에게 큰소리 한번 치지 않고 논란이 많았던 지혁균형선발제도,정원 축소 등을 이끌어냈습니다. "
▼정치권에서 대권 후보로 거론됩니다.
"총리 지명을 받았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총리 역할을 잘 해나가는 게 현재 저의 유일한 생각이자 목표입니다. 훌륭한 총리가 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
정리=장진모/장성호 기자 jang@hankyung.com
대담 = 이재창 정치부장
▼수정안은 몇 점짜리라고 보십니까.
"학교에 있을 때 저는 잘 쓴 답안지보다는 서툴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답안지에 더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수정안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만들기는 했지만 상당히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고 자평합니다. 그렇게 인색한 점수를 받을 것 같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
▼왜 그런 평가를 내리시는지요.
"원안에 비해 훨씬 알차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고용과 인구 유입을 위해 기업과 대학을 유치했고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과의 연계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특히 삼성 등 선도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확실한 실천력을 갖췄다고 자평합니다. 자족 기능을 갖춘 인구 50만명 도시의 기틀을 세웠고 실효성 있는 지역균형발전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
▼수정안 발표 직후 대전을 방문했다고 하셨는데요,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직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반응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정치권과 일부 사회단체의 여론은 싸늘하지만 밑바닥의 일반시민 여론은 좀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주말 충남 연기군에 다시 내려가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할 생각이에요. "
▼충청권은 행정부처가 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습니다.
"부처가 세종시로 가면 폼이 날지 모르지만 과학비즈벨트와 삼성 한화 웅진 같은 대기업이 가는 게 지역 발전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
▼야당과 여당 내 친박계의 반발이 심합니다.
"수정안이 충청지역과 국가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국회의원들에게도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전력할 겁니다. "
▼만에 하나 국회 통과가 무산된다면.
"수정안 처리가 늦어지면 사회 혼란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 충청도민 입장에서도 이 문제는 빨리 해결돼야 합니다. 국회에서 부결되는 일은 상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도 수도를 분할한 나라가 없는데 우리가 왜 굳이 그런 실험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일부 부처를 내려보내는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세종시 문제는 중앙부처 일부가 쪼개져서 분리 이전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시각에서 논의가 시작된 것입니다. 2~3개 부처를 이전하려면 발전 방안이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
▼'계란세례'도 받고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텐데요.
"계란이 아니라 돌이 날아오더라도 지역주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돌멩이를 맞고 해결된다면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현 정부에서도 출범 초기부터 세종시 수정을 생각했는데 촛불시위,금융위기 등으로 기회를 놓쳤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지난해 9월 총리로 내정되면서 그 문제를 발제한 것이죠.국가 백년대계를 바로세우는 일인데 그런 면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
▼입주 기업과 협상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투자 인센티브를 먼저 정하고 기업들의 지원을 받는 것이 통상적인데 그렇게 하면 중구난방이 됩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제가 전경련 모임에 가서 지원하라고 시그널을 보냈죠.그래서 기업들이 지원한 것이고,나름대로 시장이 형성됐다고 봅니다. "
▼관치(官治)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권위주의 시대가 아니잖아요. 기업들은 장래 발전을 위해 투자를 모색해 왔고 좋은 조건이 나와 세종시에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기업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들어오려 하겠습니까. 지금도 국내외 많은 기업과 연구소들이 투자 가능성을 타진해 오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신청을 받아 차근차근 선정해 나갈 계획입니다. "
▼야권 등에서는 '특혜 시비'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세종시에 간다는 것은 사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허허벌판에 큰돈 투자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업성을 따져보고 안 오겠다는 기업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서울대 유치는 어떻게 됐나요.
"서울대는 의사 결정 과정이 느립니다. 오고 싶은 단과대학도 있었지만 본부에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아 이번에 빠진 겁니다. 세종시 발전을 위해 서울대가 오는 게 바람직한데 강요는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는데.
"대통령과 저는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요. 우선 서민 출신이고,격식보다는 실질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정책적으로도 경쟁원칙을 지키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을 따뜻하게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에서도 같습니다. "
▼코드가 맞다는 말씀인가요.
"물론 전적으로 같을 수는 없지만 큰 틀에서 시각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과는 국무회의나 주례보고 등에서 의견을 많이 보완하고 조율해 나갑니다. 대통령께서 권한도 많이 주셨습니다. "
▼소득세와 법인세 경감 효과에 대해 학자 때의 소신을 바꾸신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이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경기 부양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소득 분배에 악영향만 끼친다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올초 대정부 질문에서 투자 부진을 풀기 위해서 법인세에 한해서는 일시적으로 경감할 수도 있다고 했죠.결국 유보됐고요. 제 생각과 같이 된 셈이죠."
▼석 달여간의 총리 역할을 자평하신다면
"평가는 크게 노력과 성적 두 가지로 할 수 있는데 노력만 본다면 A학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보고 카리스마가 없고 유약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부드럽게 설득하는 유연한 카리스마가 바람직한 것 아닌가요. 서울대 총장시절에 참모들에게 큰소리 한번 치지 않고 논란이 많았던 지혁균형선발제도,정원 축소 등을 이끌어냈습니다. "
▼정치권에서 대권 후보로 거론됩니다.
"총리 지명을 받았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총리 역할을 잘 해나가는 게 현재 저의 유일한 생각이자 목표입니다. 훌륭한 총리가 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
정리=장진모/장성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