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기업을 살리는 기업 회생 전문 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

사법연수원 수석졸업 손태원씨 "내몸엔 경제 DNA…기업회생 전문판사 되고싶어"
13일 39기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졸업하는 손태원씨(29)는 자신의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대형 로펌이 제시하는 고액 연봉의 유혹을 뿌리치고 기업을 살리는 일을 맡는 법원 파산부 판사의 길을 가겠다는 것.법원 파산부는 일이 많기로 악명이 높다. 부도난 기업의 가치를 계산해 생사 여부를 결정하고,살리는 쪽으로 결정이 난 경우 회생 절차를 따지고 감시해야 하며 최종적으로 인수 · 합병(M&A)을 통해 기업을 살려야 하는 골치 아픈 재판부다.

손씨는 "파산부는 일이 많고 기업 회생 절차를 담은 도산법은 민사법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법 중 하나로 알고 있다"며 "기업 살리기의 달인이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도산법을 더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서울대 경제학과에 재학하면서 4년 동안 몸에 밴 경제DNA와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와 관련이 깊다. "고등학교 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가경제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경제학과에 진학했고 전공을 잘 살리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법조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

그는 대학 4학년이던 2003년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한때 재경 공무원으로 공직에 몸담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관료로는 법과 경제의 융합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손씨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사법시험에 매달렸다.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했다"는 그는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공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3개의 고시에 연달아 합격하면서 '마담뚜'들의 전화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손씨는 "사법고시보다 행정고시에 붙었을 때 전화가 더 많이 왔다"며 "지금도 사시에 합격한지 모르고 '손 사무관이냐'며 거는 마담뚜들의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사시 공부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1,2차를 동시에 합격한 까닭에 성적은 우수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법연수원에선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형사변호사실무' 한 과목에서만 A를 받고 전 과목에서 A+를 기록했다. IQ가 140 이상이라는 그는 "집중력이 수석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시험공부를 할 때 기본적으로 잠은 7시간씩 푹 자는 대신 깨어있는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를 했다고.손씨는 그러나 "좋아한다기보다 필요하기 때문에 공부했으며 다시는 시험을 보지 않을 것"이라며 공부가 힘들었음을 고백했다.

그는 "대형 로펌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지만 좋은 법관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며 "모든 사건에 당사자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고민할 줄 아는 판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글=서보미/사진=강은구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