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지난 11일 "기존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회담을 정전협정 당사국 간에 열자"고 제안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또 "회담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한 언급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주목된다.

물론 북의 평화협정 제안은 새로울 게 없고,2005년 9월 6자회담에서의 9 · 19 공동성명에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하자'는 합의가 들어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 · 미 군사동맹 파기 등의 평화협정 체결이 선행돼야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은 이번에 정전협정 당사국,다시 말해 미국과 중국 북한 간의 회담을 거론했다. 남북문제의 당사자인 남한을 배제한다는 종전 태도에서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북이 다시 평화협정을 들고 나온 배경과 의도가 의심스럽고,섣불리 북의 대외정책 변화를 예측하는 것 또한 무리라는 얘기다.

북의 평화협정 제안이 6자회담을 통한 핵폐기 논의를 지연시키거나 초점을 혼란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북은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와 화폐개혁에 따른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해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고 보면,평화협정을 구실로 북 · 미간 양자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고 시간을 끌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얻어내려는 속셈일 가능성이 크다. 어느 때보다 우리의 치밀한 대응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분명한 것은 북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또 남한이 배제되는 어떤 형태의 평화협정 논의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은 평화협정을 말하기 전에 6자회담에 먼저 복귀하고 핵폐기 프로그램부터 밟는 것이 순서다. 북이 원하는 경제지원의 핵심 주체가 남한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미국이 북의 평화협정 회담 제의에 6자회담 복귀 및 비핵화 합의이행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고,우리 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인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북은 이점 확실히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