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미국에서 창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메카다. 이처럼 실리콘밸리가 첨단산업지역으로 발돋움한 것은 인근 지역에 스탠퍼드대학과 UC버클리 등이 인접해 있는 덕분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해 세계시장을 제패한 휴렛팩커드(HP) 인텔 야후 구글 등은 한결같이 이 지역 젊은 대학생들이 창업한 회사다.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제리 양은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로 투자자를 끌어모아 '인터넷시대'를 열었다. 스탠퍼드대에 함께 다니던 친구 사이인 빌 휴렛과 데이브 팩커드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색다른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해 지금의 휴렛팩커드를 일궈냈다.

구글도 그렇다. 스탠퍼드대의 학생이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야후를 능가하는 포털을 만들자는 각오로 창업을 해 실제로 최근 야후를 앞질렀다.


이제 세계적인 기업으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이곳 실리콘밸리의 창업 구조와 경쟁 방식을 알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중소기업청과 한국경제신문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꿈꾸는 우수학생들을 선발, 실리콘밸리 지역으로 해외창업연수를 내보냈다.

61명의 대학생과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이번 해외연수단은 창업진흥원 주관으로 지난해 12월1일부터 7일까지 1주일간 실리콘밸리 지역을 찾아가 야후 인텔 등 글로벌기업들을 방문, 현장에서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실태를 파악했다.

특히 이번 해외창업연수는 지금까지의 단순 방문형태를 탈피해 그룹별로 미션을 받아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제1조의 경우 스탠퍼드대 등을 찾아가 현지 대학생들의 창업에 대한 생각을 조사하고 '자기 인생의 롤 모델은 누구이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파악하도록 했다. 이들 팀에 따르면 많은 대학생들이 제리 양을 롤 모델로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제리 양은 이미 야후의 CEO에서 물러나지 않았느냐"고 반문을 하면 "제리 양은 곧 일선에 다시 복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을 확인해보기 위해 이들 대학생들은 제리 양이 창업한 야후 본사를 찾아가 이 회사를 현장에서 분석해보았다. 야후 본사 방문엔 연수학생 61명 전원이 참석했다.

조민지씨(국민대 언론학과 4년)는 야후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야후에서 눈여겨 볼 만한 곳은 오퍼레이션센터다. 이곳에서 만난 선임부사장이 여자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암스로 분장하고 있는데서 무척 놀랐다. 오퍼레이션센터 안에는 각 서버 및 페이지가 열리는 시간과 돌아가고 있는 성능, 해결해야할 과제를 보여주는 모니터가 있었고, 그와 함께 CNN 세계 날씨 천재지변 상황 등을 동시에 보여주는 모니터도 있었다. 이곳을 보고 나니 요즘 야후가 구글에 뒤진다고 하지만 역시 월드 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케일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우리도 항상 야후처럼 신속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세계적인 포털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이번에 실리콘밸리를 찾은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은 누구나 미국 대학생들의 창업 열정에 놀랐다.

이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러셀 핸콕 조인트벤처 실리콘밸리 회장의 분석을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핸콕 회장은 "실리콘밸리 힘은 실패를 겁내지 않는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청년 창업기업들은 거의 실패하지만 이 실패를 이겨낼 수 있는 젊은 기업가정신을 만들어주는 곳이 실리콘밸리"라고 밝혔다. 러셀 회장은 또 "실리콘밸리는 권력이나 돈과는 전혀 관계없이 능력만을 보는 곳"이라고 말했다. 오직 능력주의이기 때문에 실패 이후의 성공이 더 존경받는다고 설명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도 실리콘밸리는 '성공의 요람'이 아니라 '실패의 요람'이라고 얘기했다. "100개의 창업기업 중 1개 정도만 살아남지만, 실패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다시 기회를 주는 곳이 실리콘밸리"라는 것이다.

사실 현재 실리콘밸리의 최고 강점은 야후와 구글보다 젊은 열정으로 창업한 2만여 개의 '중소기업들'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는 그만큼 젊은 대학생들의 창업에 대한 열정이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이런 창업 열정을 배우기 위해 61명의 학생들은 인텔, 도요타딜러숍, 나라뱅크 등 성공 기업들을 둘러보았다. 이번에 참여한 학생들은 한결같이 "앞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지식을 토대로 세계적인 기업을 창업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