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신용위기가 터진 뒤 미국 연방정부가 씨티그룹 파산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은 씨티의 글로벌 지급결제서비스(GTS)가 중단되면 전세계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전세계 금융사를 연결해 지급결제 및 외환거래를 하는 GTS사업이 파산 위기에서 씨티를 구했으며 이후 핵심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씨티의 GTS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포함한 수백개의 정부기관과 금융사를 연결해 하루 3조달러의 자금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연방정부를 대신해 전세계에서 미국 여권 신청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 정부가 이라크 계약자에 자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담당하기도 한다.심지어 이라크 파병 병사들 월급을 지급하는 데도 이 시스템이 활용된다.

특히 180개국에서 발생하는 뉴욕연방은행의 거래 90%를 담당하고 있다.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국내에서 은행 업무를 하는 것처럼 편리하게 자금을 입출금할 수 있다.씨티그룹은 전세계 80여개국과 60개국의 중앙은행이 GTS를 통해 현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예를 들어 해외에 거주하는 600만명의 영국민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2008년 씨티그룹이 부도위험에 처했을때 은행 경영진은 연방정부 및 FRB 관리들에게 씨티가 파산해 100여개국에서 가동되는 GTS가 제 기능을 못하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월지는 전했다.

당시 비크람 팬디드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씨티가 파산하면 전세계 100여개국 정부가 해외 근무자들에게 어떻게 월급을 지급해야 할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연방정부가 2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한데 이어 6주만에 다시 200억달러를 투입키로 한 것도 GTS의 중요성을 인정한 결과라고 연방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가 지난해 34%의 씨티 지분을 확보한 이후에도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계속 증가한 것도 GTS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구제금융이 투입된 뒤 연방정부가 GTS활용을 확대하면서 2008년 중반 이후 정부 관련 사업을 통한 씨티의 매출이익이 두배로 증가했다.작년 1월부터 9월까지 GTS를 통해 거둬들인 순익은 씨티 전체 이익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