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 3번 내렸는데 라면ㆍ빵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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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릴땐 '좋은 핑계' 내릴땐 '모르쇠'
밀가루값 1년 반 새 30% 내리자
"가격 내릴 결정적 요인 아냐" 발뺌
밀가루값 1년 반 새 30% 내리자
"가격 내릴 결정적 요인 아냐" 발뺌
"그동안 밀가루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과자,빵값을 인상했다면 이젠 밀가루 가격이 내려갔으니 인하해야 할 차례가 아닌가요?" 12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만난 주부 권선희씨(37)는 "예전에 라면,과자,빵 업체들이 밀가루 가격 인상을 핑계로 제품 가격을 덩달아 올리는 사례는 많이 봤지만,반대로 밀가루 가격이 내렸다고 따라 내리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잇따라 내리면서 라면,과자,빵 등 가공식품 가격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07~2008년 원맥 가격이 급등할 당시 밀가루값이 오르자 이에 맞춰 제품 가격을 인상했던 식품업체들이 정작 밀가루값 인하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분업계는 2008년 4월 원맥가격 상승에 따라 밀가루값을 8~20% 올렸지만,이후 원맥가격 하락을 반영해 2008년 7월과 지난해 9월 가격을 인하했다. 또 12일부터 동아원이 밀가루값을 추가로 6~8% 내렸고 대한제분,CJ제일제당 등도 곧 인하할 예정이어서 최근 1년 반 사이 3차례 가격를 내리는 셈이다. 이 기간 중 밀가루값 인하폭은 30%에 이른다.
그러나 라면,제과,제빵 등 밀가루 수요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올린 채 그대로 유지하거나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면서 핑계는 늘 '밀가루 가격 인상'이었다. 농심은 2008년 4월 라면값을 100원 인상했고,롯데제과는 지난해 2월 '꼬깔콘' 가격을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칙촉'(95g→90g),'하비스트 검은깨'(92g→88g) 등도 용량을 줄였다.
해태제과 '티피'는 지난해 1월 700원에서 1000원으로 43% 인상됐고 오리온제과 '눈을감자'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올랐다. 자장면,우동,치킨 등을 파는 중국음식점,분식점,치킨점 등도 비슷한 시기에 밀가루 가격 인상을 빌미로 가격을 1000~2000원씩 올렸다.
하지만 통계청이 조사한 밀가루 물가지수는 작년 12월 145.1(2005년=100 기준)로 2007년 12월(149.9)보다 오히려 3.2% 낮다. 가격을 올릴 때 '핑계'가 해소됐으면 내려야 할 텐데 설탕,원유(原乳) 등 원재료나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것.
농심 관계자는 "팜유 등 다른 원재료와 유가 상승에 따른 운송비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제품가격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제분업체들도 밀가루 가격을 내리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과자제조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0%에 불과해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 측도 "밀가루 가격이 내려갔다고 제품 가격을 바로 낮출 수 있는 원가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분업체 관계자는 "국제 원맥 시세가 내린 데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밀가루 가격을 내렸지만 가공식품 가격이 뒤따라 내리지 않으면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최근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잇따라 내리면서 라면,과자,빵 등 가공식품 가격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07~2008년 원맥 가격이 급등할 당시 밀가루값이 오르자 이에 맞춰 제품 가격을 인상했던 식품업체들이 정작 밀가루값 인하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분업계는 2008년 4월 원맥가격 상승에 따라 밀가루값을 8~20% 올렸지만,이후 원맥가격 하락을 반영해 2008년 7월과 지난해 9월 가격을 인하했다. 또 12일부터 동아원이 밀가루값을 추가로 6~8% 내렸고 대한제분,CJ제일제당 등도 곧 인하할 예정이어서 최근 1년 반 사이 3차례 가격를 내리는 셈이다. 이 기간 중 밀가루값 인하폭은 30%에 이른다.
그러나 라면,제과,제빵 등 밀가루 수요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올린 채 그대로 유지하거나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면서 핑계는 늘 '밀가루 가격 인상'이었다. 농심은 2008년 4월 라면값을 100원 인상했고,롯데제과는 지난해 2월 '꼬깔콘' 가격을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칙촉'(95g→90g),'하비스트 검은깨'(92g→88g) 등도 용량을 줄였다.
해태제과 '티피'는 지난해 1월 700원에서 1000원으로 43% 인상됐고 오리온제과 '눈을감자'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올랐다. 자장면,우동,치킨 등을 파는 중국음식점,분식점,치킨점 등도 비슷한 시기에 밀가루 가격 인상을 빌미로 가격을 1000~2000원씩 올렸다.
하지만 통계청이 조사한 밀가루 물가지수는 작년 12월 145.1(2005년=100 기준)로 2007년 12월(149.9)보다 오히려 3.2% 낮다. 가격을 올릴 때 '핑계'가 해소됐으면 내려야 할 텐데 설탕,원유(原乳) 등 원재료나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것.
농심 관계자는 "팜유 등 다른 원재료와 유가 상승에 따른 운송비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제품가격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제분업체들도 밀가루 가격을 내리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과자제조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0%에 불과해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 측도 "밀가루 가격이 내려갔다고 제품 가격을 바로 낮출 수 있는 원가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분업체 관계자는 "국제 원맥 시세가 내린 데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밀가루 가격을 내렸지만 가공식품 가격이 뒤따라 내리지 않으면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