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분단을 다뤘던 '쉬리'는 무거웠지요. 극중 남북 요원들이 한계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대치했으니까요. '의형제'는 세월이 흐른 만큼 한결 가볍게 보여줄 겁니다. 남북이 서로 부대끼고,같은 말을 쓰면서 사는 상황을 그린 작품입니다. "
두 주인공은 임무 완수에 실패해 서로의 조직에서 버림받은 뒤 6년 후 조우한다. 그리고 상대를 제물로 자신의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접근한다. 그런데 상대에게 예상 못한 동질감을 발견하게 된다.
"'쉬리'에선 제가 죽었는데,여기서는 삽니다. 하하.그때는 요원들을 스타일리시하게 그렸지만 '의형제'에서는 보다 현실적이며 인간적으로 묘사했어요. 국정원 요원이자 가족을 부양하는 중년의 가장이기도 하니까요. 코미디영화 '7급 공무원'의 희화화된 요원과 '아이리스'에서 비장감에 사로잡힌 요원 사이의 중간쯤에 위치한 국정원 요원이라고나 할까요. "
송강호는 자신이 맡은 한규란 인물은 '박쥐'의 뱀파이어 신부와 비교하면 새로운 배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쥐'는 칸영화제 62년 사상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뱀파이어 영화였고,주인공 뱀파이어는 사람이 다칠까 호스를 대고 피를 빠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한규란 인물은 그동안 대중에게 인식된 저의 여러 모습을 다 지녔어요. '살인의 추억'의 형사,'괴물'의 노점상 등이 어우러진 캐릭터죠.상대역인 남파 간첩역 강동원은 '전우치'에서와는 전혀 다른 인물로 등장했어요. '전우치'가 천방지축 날뛰는 악동이라면 여기선 깊은 사연을 지녔고,외로움을 느끼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니까요. "
영화에서 두 인물의 관계는 아기자기하게 그려졌다.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깊은 고민을 던져주지는 않지만 음미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도 많다. 거대한 스케일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액션과 장치들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
"한 마디로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입니다.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그렇습니다. 흔히 국내 최고 감독들의 화제작을 먼저 고른다고들 말하지만 실은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작품을 먼저 생각합니다. "
그는 이 영화를 연출한 장훈 감독이 그 누구보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방법을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는 익숙한 요소가 60~70%이고,새로움이 30~40%의 비율로 혼합돼야 한다는 게 장 감독의 지론이죠.덕분에 '의형제'는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
글=유재혁/사진=정동헌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