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 유해진씨 열애설이 알려지자 처음엔 안 어울린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유해진의 숨겨진 장점이 알려지면서 차츰 우리 사회의 외모,부,권력 지향적인 단면을 되돌아보고 이들 커플을 격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회학 전공자로서 여성학을 배우면서 여성성은 남성에 의해 조작된,사회적으로 길러진 것이라고 믿게 됐다. 하지만 애를 낳고 키워보니 어떤 이데올로기도 주입하지 않았는데 어린 딸은 분홍색이나 예쁜 것에 집착했고,남자 조카들은 자연스레 장난감 총칼로 손이 갔다. 여성의 아름다움 추구,남성의 권력 지향은 동물적으로 내재된 본능일지 모른다. '루시퍼 원리'의 작가 하워드 블룸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권력을 쥔 수컷이 많은 암컷을 거느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쥔 남성이 더 아름다운 여성을 만날 것이라는 선입관,그리고 우리 사회의 권력 · 부 · 외모 지향은 동물적 본능에 충실하는 현상일까.

알랭 드 보통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속물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설 자리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속물의 대표적인 특징은 지위에 연연함이다. 높은 지위는 자유와 편안함 등을 보장해준다. 때문에 사람들은 지위를 얻기 위해 출세,공부,외모에 매달리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계속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인간은 늘 불안에 시달린다고 한다.

인간은 동물의 속성을 가지면서도 사고력과 창조력,연민이란 영혼의 능력을 지녔다. 니체가 초인탄생을 선언한 이후 인간은 여전히 원숭이와 초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리스 여류시인 사포가 주장했듯이 '예쁜 것은 모두 착한 것'이고,울리히 렌츠가 역설한 것처럼 미인불패일지도 모른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지금 이 순간도 생물의 주인으로서 더 아름답고 강한 우성인자를 추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초인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름다움의 개념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피에로 페루치의 말처럼 심미안은 주체자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외모나 경제력이 아름다워 보일지 몰라도 또 다른 이에게는 따뜻한 인간성이나 박식함이 아름다움일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결혼은 최고의 배우자가 아닌 결혼 시기에 최적의 거래 조건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조건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사소한 비율 차이는 선택의 방향을 결정적으로 바꾼다.

창업컨설팅을 하다보면 사업 실패 등 경제력 상실이 사랑의 종말로 이어져 가족이 헤어지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반면 절박한 환경에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때 가족의 신뢰와 사랑으로 용기와 희망을 얻고 일어서는 사람도 있다. 김혜수의 열애를 보면서 선택의 조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okceo@changup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