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도약 2010!] '검은 황금' 을 향한 龍틀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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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10-10-10 <향후 버리고 채워야 할 10가지>
(9)'차이나파워' 대비하자
(9)'차이나파워' 대비하자
▶▶2030년 중국 시나리오
나는 이제 종군기자의 신분이 됐다. 2030년 9월4일.한국경제신문 중국 상하이 특파원으로 일하던 중 본사로부터 카자흐스탄으로의 급파 명령을 받았다. 카스피해 에너지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비해서다. 이곳에는 현재 중국과 미국 측이 각각 자국의 대리전을 수행하기 위해 고용한 수천명의 용병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일단 카자흐스탄 남부 톈산산맥 일대에 진지를 구축한 중국 용병 사령부에서 생화학 무기 공격에 대비한 기본훈련을 받았다. 카자흐스탄의 최대 유전이 매장된 '아리타우'에 배치된 부대에 합류했다. 상하이에서 안면을 익힌 중국 인민일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 등 낯익은 얼굴들도 여럿 있었다.
2028년께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2000년 이후 발견된 유전 가운데 매장량(700억배럴)이 가장 많은 카자흐스탄 내 '카샤간 유전'의 분할을 요구했다. 연간 300만배럴을 생산하는 이 유전은 개발 당시부터 강대국들이 눈독을 들여온 '노다지'였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유전 개발에 깊숙이 개입한 미국 · 유럽 컨소시엄의 반대로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전운 도는 카스피해
중국이 미국 측과 사실상 전면전을 불사하면서까지 군대를 파견한 이유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고속성장을 질주해 온 자국 경제가 정체 국면에 접어든 데다 석유 고갈이 임박하면서 국제 유가가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뇌부는'제2의 중동'으로 불릴 만큼 엄청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유전을 미국 측에 송두리째 내어줄 경우 미래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종군 취재는 국내외 기자들을 군부대에 배치해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생생한 보도를 할 수 있게 하려는 중국 국방부의 프로그램(일명 '임베디드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처음 도입했다.
파견 이틀째인 6일 오전 7시.20대의 젊은 여군이 부대 내 행동 요령과 취재 제한 구역 등을 설명한 뒤 방독면을 나눠주었다. 초가을인 이곳의 날씨는 꽤 쌀쌀하다. 카자흐스탄의 아리타우는 몇 년 사이에 엄청난 '오일 위안'과 '오일 달러'를 거머쥐며 몰라보게 달라졌다. 30년 전의 상하이에 버금가는 정도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엑슨 모빌,프랑스의 토탈 등도 앞다퉈 유전 개발에 뛰어들었다.
◆'팍스 시니카' 발진
10일 오전 5시30분.중국군의 개전(開戰) 리허설 시작 시간이 빨라졌다. 기상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순간 방독면을 거머쥐었다. 아무래도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중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경제강국이다. '팍스 시니카(Pax Sinica ·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유지)'를 완벽하게 구현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게 중국인들의 자부심이다. 2029년 현재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5000달러 선.국가 전체의 GDP는 25조달러로 세계 전체 GDP의 20%를 넘어섰다. 이 같은 지표는 세계 패권국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던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때의 미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미국의 GDP는 세계 전체의 18.9%였다.
2008년 중국과학원이 '중국 현대화 보고'에서 예측한 미래 중국의 모습은 거의 적중했다. 이 보고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전쟁 개입을 언급했다. 이전까지 중국은 공식적으로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중국의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에너지와 자원의 지속적인 확대가 요구된다"며 "자원 확보를 둘러싼 전쟁 발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중국이 예상한 전쟁 상황은 △국가 주권과 영토 방위 전쟁 △국가경제 이익을 위한 전쟁 △중국 국민과 화교의 권익을 위한 전쟁 △국제네트워크 상에서의 사이버전쟁 △연합국의 일원으로 전쟁 참여 △세계대전 등 6가지 경우였다. 그 중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 에너지 전쟁에 직면한 것이다.
중국의 선전포고는 쇠락하는 미국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사실 중국 수뇌부는 아시아 전역에서 끌어모은 최강의 용병부대가 카자흐스탄 주요 유전지대를 점령하는 순간,미국 측이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미국은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다. 중국과의 전면전을 각오하려면 본토에서 대규모 병력을 파견해야 하지만,엄청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렇다고 중국과 핵전쟁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용병을 사들여 대리전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부족한 재정이 또 발목을 잡는다. 때문에 대다수의 군사 전문가는 이번 전쟁에서 속전속결을 원하는 중국과 전선을 장기교착 상태에 놓고 추후 정전협상을 벌이려는 미국 측 전략이 격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발발
11일 밤.하루 종일 사막의 거친 바람을 뚫고 50㎞를 이동했다. 몸은 천근만근인데,정신은 말짱하다. 잠을 청하려 배낭에서 옛날 일기장을 꺼내 읽어봤다. 한참 시간을 거슬러 2010년 5월,기자 초년병 시절 상하이에 출장을 가서 작성한 노트다.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당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당시 상하이는 2010년 엑스포 준비를 위해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었는데,지금은 상하이의 외곽 고속도로까지 고층 마천루가 빽빽하다.
중국은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 것인가. 미국과 유럽은 이대로 주저앉는 것일까….온갖 상념들로 뒤척이다 간신히 잠이 들었다. 그날밤 꿈을 꾸었다. 2009년께 편집국 선후배들과 어울려 보러 갔던 할리우드 영화 '2012'였다. 지구 종말을 다룬 이 영화 속의 미국 국방장관은 인류를 구출할 거대한 함선을 바라보며 "중국인들은 정말 대단해.그 빠른 시간 내에 이런 걸 완성하다니…"라고 말했었다. 영화는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미국과 인류를 구원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중국을 극적으로 대비시켰다.
13일 새벽,일찍 일어나 막사 밖으로 나왔다. 입김이 하얗게 서린다. "생화학 미사일 경보가 울리면 무조건 뛰어라.1분 정도 시간이 있다. 저기 모래 언덕을 넘어서면 폭발 지점을 향해 엎드려 몸을 최대한 웅크려라." 본부 지휘사령부에서 나온 여군이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 부대는 미국 측에 최후 통첩 시기를 저울질 중이라고 한다. 미리 가족들에게 안부 전화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오후에 느닷없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상하이 출신 상해상보 기자가 돌아가기로 했다며 악수를 청해온 것.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서 만난 이후 가족들과 함께 한 · 중 해저터널을 오가며 20년째 친분을 유지해온 터라 무척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 인간미가 넘치던 그는 "인간의 탐욕이 낳은 전쟁터가 싫어졌다"고 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니혼게이자이 기자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러고 보니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기자들의 기(氣)도 많이 꺾인 모습이다. 중국이 2015년께 한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뒤 하이난을 한 · 중 자유무역지대로 개발하면서 일본은 일거에 동아시아 경제의 주도권을 상실해버렸다.
니혼게이자이 기자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잇따라 중국과 FTA를 맺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곤혹스러웠다"며 "하지만 일본은 중국 경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 없다는 생각에 중국과의 경제블록 창설을 주저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15일 0시.러시아제 최신 전투기와 장갑차를 앞세운 중국 용병부대가 마침내 진격을 시작했다. 곧 중국 진지에도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취재진은 지하벙커로 내려가 전 세계로 전쟁 발발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휴대폰의 무선 인터넷으로도 TV 화면에 잡힌 전투장면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워싱턴 특파원 선배의 기사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미국은 중국의 도발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백악관 성명이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20년 뒤 중국의 모습을 그린 이 시나리오는 기자의 상상력 외에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박래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한광수 인천대 동북아경제통상학부 교수 등 많은 중국 전문가에게 자문을 해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특별취재팀
조일훈차장 jih@hankyung.com 양준영기자 tetrius@hankyung.com
이태명기자 chihiro@hankyung.com 조진형기자 u2@hankyung.com
이상은기자 selee@hankyung.com 이호기기자 hglee@hankyung.com
성선화기자 doo@hankyung.com 강현우기자 hkang@hankyung.com
서보미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