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칼럼] KT·현대차 노조가 띄운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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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구조조정 선도·무분규 협상
노사 상생협력 시대 기틀 다져야
노사 상생협력 시대 기틀 다져야
KT는 올해 젊은 피를 수혈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약 6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몸집이 가벼워지자 신입사원 선발인원을 늘린 것이다. 우선 700명 정도를 뽑고 필요할 경우 추가 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예년의 신입사원이 100명 정도였던 점을 생각하면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만한 규모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변화의 계기가 노조의 제안으로 마련됐다는 사실이다. 노조가 인력구조조정을 먼저 제안하는 것은 상당한 결단이 필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KT노조는 경쟁사에 비해 현저히 뒤지는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군살을 빼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희망퇴직 실시를 회사 측에 건의했다고 한다. 은퇴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명퇴금 외에 창업 및 재취업 컨설팅 등의 지원프로그램이 제공되는 만큼 보다 나은 조건으로 떠날 기회가 된다고 보았다.
회사는 일시적 자금소요는 있지만 인건비를 매년 4600억원씩 줄여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취임 이후 KTF와 합병을 결행하는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온 이석채 회장 입장에서도 조직 · 인사 제도 혁신 등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었다. 회사도 좋고 노조도 좋은 결과다.
15년 만에 노사협상을 무분규로 마무리 지은 현대차노조의 변화도 극적이다. 지난해 온건-실리 노선의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파업을 하지 않았고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기본급을 올리지 않는 임금동결에도 합의했다. 대신 성과급 300%+200만원,경영실적증진 격려금 200만원,무분규타결 관련 일시금 100만원 및 무상주 40주 등 파업을 해도 얻기 어려운 짭짤한 성과를 올렸다. 실리 중시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회사 측도 합리적 집행부를 최대한 배려함으로써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을 막고 노사상생의 분위기를 정착시킬 전기를 마련했다. 노와 사가 함께 윈-윈했다는 이야기다.
이들 두 회사 노조의 변신은 지난해 5월 중순부터 무려 77일간이나 이어진 쌍용차노조의 불법 공장점거 사태 등으로 인해 먹구름이 잔뜩 끼었던 노동시장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켰다.
KT노조는 조합원 수 3만명에 이르는 통신업계 최대노조이고, 현대차노조는 파업의 대명사로 통해왔던 만큼 의미가 한층 크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노동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움직임을 보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는 강경 투쟁에 치중하는 민노총을 이탈한 기업노조가 지난 한 해 동안 KT 인천지하철 쌍용차 노조 등 30개가량에 달한 점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또 노사평화선언이 줄을 잇고 있고,국민 여론 또한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파업과 불법시위에 신물을 내고 있는 만큼 노사상생 분위기를 정착시킬 호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개정 노조법의 시행과 관련된 세부사항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정노조법은 복수노조를 1년6개월 유예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오는 7월부터 시행토록 하고 있지만 복수노조의 창구단일화 문제,타임오프 인정범위 및 전임자 수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자칫 안정기미를 보이는 노사관계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노사대표들은 산업 현장의 노사평화를 책임진다는 각오와 사명감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또 다른 노사 갈등의 불씨를 만드는 결과가 초래돼선 결코 안 될 일이다. KT · 현대차노조발 훈풍을 이어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이제 겨우 위기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우리 경제 현실을 생각해도 더없이 긴요한 일이다.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변화의 계기가 노조의 제안으로 마련됐다는 사실이다. 노조가 인력구조조정을 먼저 제안하는 것은 상당한 결단이 필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KT노조는 경쟁사에 비해 현저히 뒤지는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군살을 빼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희망퇴직 실시를 회사 측에 건의했다고 한다. 은퇴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명퇴금 외에 창업 및 재취업 컨설팅 등의 지원프로그램이 제공되는 만큼 보다 나은 조건으로 떠날 기회가 된다고 보았다.
회사는 일시적 자금소요는 있지만 인건비를 매년 4600억원씩 줄여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취임 이후 KTF와 합병을 결행하는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온 이석채 회장 입장에서도 조직 · 인사 제도 혁신 등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었다. 회사도 좋고 노조도 좋은 결과다.
15년 만에 노사협상을 무분규로 마무리 지은 현대차노조의 변화도 극적이다. 지난해 온건-실리 노선의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파업을 하지 않았고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기본급을 올리지 않는 임금동결에도 합의했다. 대신 성과급 300%+200만원,경영실적증진 격려금 200만원,무분규타결 관련 일시금 100만원 및 무상주 40주 등 파업을 해도 얻기 어려운 짭짤한 성과를 올렸다. 실리 중시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회사 측도 합리적 집행부를 최대한 배려함으로써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을 막고 노사상생의 분위기를 정착시킬 전기를 마련했다. 노와 사가 함께 윈-윈했다는 이야기다.
이들 두 회사 노조의 변신은 지난해 5월 중순부터 무려 77일간이나 이어진 쌍용차노조의 불법 공장점거 사태 등으로 인해 먹구름이 잔뜩 끼었던 노동시장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켰다.
KT노조는 조합원 수 3만명에 이르는 통신업계 최대노조이고, 현대차노조는 파업의 대명사로 통해왔던 만큼 의미가 한층 크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노동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움직임을 보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는 강경 투쟁에 치중하는 민노총을 이탈한 기업노조가 지난 한 해 동안 KT 인천지하철 쌍용차 노조 등 30개가량에 달한 점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또 노사평화선언이 줄을 잇고 있고,국민 여론 또한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파업과 불법시위에 신물을 내고 있는 만큼 노사상생 분위기를 정착시킬 호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개정 노조법의 시행과 관련된 세부사항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정노조법은 복수노조를 1년6개월 유예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오는 7월부터 시행토록 하고 있지만 복수노조의 창구단일화 문제,타임오프 인정범위 및 전임자 수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자칫 안정기미를 보이는 노사관계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노사대표들은 산업 현장의 노사평화를 책임진다는 각오와 사명감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또 다른 노사 갈등의 불씨를 만드는 결과가 초래돼선 결코 안 될 일이다. KT · 현대차노조발 훈풍을 이어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이제 겨우 위기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우리 경제 현실을 생각해도 더없이 긴요한 일이다.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