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는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세종시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야권 등의 반발에 대해 "정치적으로 사려 깊지 못한 일은 고치는 게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그는 "세종시를 신도시 모델로 만들어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싶다"고도 했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세종시가 정치문제로 오래 갈 것 같아 안타깝다.

▲정운찬 총리=세종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국민 모두가 안다. 선거에서 표를 더 얻기 위해 수도를 옮기려고 하다가 그게 안 되니까 행정부의 절반을 옮기려고 한 것 아니냐.세계 어느 나라가 수도를 분할한 적이 있나. 왜 다른 나라에서 실험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하려는지 모르겠다.

▲김 교수=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높고 신뢰 수준은 OECD에서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두 가지만 개선해도 300조원의 국민소득 효과가 난다는 분석이 있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가면 1년에 3조~4조원의 낭비가 발생한다는데 신뢰가 떨어지는 데 따른 비용도 있을 것이다. 효율성과 신뢰성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듣고 싶다.

▲정 총리=신뢰는 정말 중요하다. 개인이나 국가나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 사려 깊지 못한 일을 고치는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 국가를 위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행정은 전문성이 뒤따르고 융 · 복합적이어서 의사 결정에 장관이 서로 가까이 있어야 한다. 워싱턴 런던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입법 행정 사법부가 2~3㎞ 내에 모여 있다. (수도를 분할하면) 연간 3조~4조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분석이 있는데 이보다 더 큰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세종시 효율성의 진정성을 국민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정 총리=세종시를 신도시 개발의 모범 사례로 만들어 다른 나라에도 수출하고 싶다. 하루 빨리 수정안 입법예고를 해결하고 싶다. 오래 끌면 사회적으로 혼란이 생긴다. 또 입주 기업들도 법 개정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런 게 안 되면 기업들이 오지 않을 것이다.

▲정필훈 서울대 치대 학장=서울대의 세종시행을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온다.

▲정 총리=일부에서 서울대 법인화와 세종시 이전의 '빅딜'이 있었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서울대가 세종시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 교육이나 연구 환경을 더 좋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강권할 생각은 없다. 고려대와 KAIST는 자기 돈을 들여 왔다. 다른 대학도 세종시에 오라고 등을 밀 생각은 없다.

▲이 교수=국회 통과 가능성은 있나.

▲정 총리=세종시는 이미 판이 벌어졌다. 만약 총리실 등 9부2처2청의 행정부를 이전하는 원안대로 건설되면 대혼란에 빠진다. 정치적 신뢰를 능가하는 혼란이 올 것이다. 우리가 연기군민이라고 생각해 보자.처음엔 수도가 간다 했다가 행정부의 절반,이제는 그것도 못 간다고 하니 억울하고 배신당한 느낌이고 서운할 것이다. 7년 동안 지역이 어떨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또 시간을 끄는 것은 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빨리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정리=장성호/장진모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