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 신설 부총재 자리를 놓고 한국과 인도가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다. ADB는 15일 신설 부총재 후보자에 대한 신청을 마감할 예정이다. 이번에 뽑는 부총재는 ADB가 지난해 5월 자본금을 500억달러에서 1600억달러로 증액한 데 따라 조직확대 차원에서 새로 마련한 자리다.

현재 ADB 총재는 지분율이 가장 높은 일본(15.7%)의 구로다 하루히코 전 재무상 관료가 맡고 있다. 부총재는 모두 4명으로 미국 독일 중국 네팔 등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 신설 부총재 선임이 완료되면 부총재는 5명으로 늘어난다.

새 부총재 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사실상 한국과 인도로 좁혀졌지만 두 나라 간 승부는 박빙이라고 ADB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은 ADB 내에서 원조국을 대표할 수 있는 나라인 데다 신설 부총재의 업무영역인 '민간금융과의 협력'에 있어 이미 35억달러 이상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인도는 한국보다 지분율이 높고 과거부터 부총재직 신설을 꾸준히 요구해왔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백중세라고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인도가 조금 앞서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종 변수는 두 나라가 내세우는 후보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2003년 중국에 부총재 자리를 뺏겼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후보 경쟁력이었다"며 "당시 중국이 현직 재정부 차관을 내세우는 파격으로 막판 반전을 이뤘던 것처럼 우리도 차관급 이상 현직 관료 가운데 국제금융계에 잘 알려진 사람을 앞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 경쟁력에서 인도를 압도할 수 있는 인물로는 오랜 기간 국제금융 업무를 해온 현직 관료들이 거론된다. 특히 권태신 국무총리실장과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당장이라도 판세를 굳힐 수 있는 '빅카드'로 꼽히지만 본인들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장을 지낸 현정택 인하대 교수,이종화 ADB 아시아경제국장,오종남 전 통계청장,권태균 조달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1988년 정인용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ADB 부총재를 맡은 이후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신명호 전 재무부 차관보가 연이어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2003년 중국 재정부의 진리쿤 차관에게 밀려 지금껏 부총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김인식/박신영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