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중국 정부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영국 가디언은 12일 "3억5000만명의 중국 네티즌을 잡기 위해 그동안 중국 정부의 무리한 요구에도 순순히 협조했던 구글이 태도를 바꿨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드루먼드 구글 최고법률책임자는 이날 "구글은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조치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국 정부와 협의를 통해 해결이 안 되면 중국 사업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중국 해커들이 중국 내 인권운동가들의 지메일(구글 이메일 계정)을 해킹하고 구글의 지식재산권 일부를 침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해킹 공격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해커들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다. 미 국가안보국(NSA) 관계자는 "34개 미 기업과 개인 및 단체가 해킹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정부의 개입 여부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이 같은 발표는 표현의 자유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구글 사이트를 검열하고 접속을 차단해온 중국 당국의 횡포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구글이 음란물 유포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수시로 접속을 차단해왔다. 구글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1%(매출 220억달러)로 1위인 중국 토종업체 바이두(64%)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 정부도 구글에 힘을 보탰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21세기 모든 국가들은 사이버 공간의 신뢰성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중국도 당연히 이 같은 의무가 있으며 (해킹 및 인터넷 검열과 관련한) 설명을 중국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최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 등 정보기술(IT)업체 임원들을 만나 중국의 표현의 자유 억압과 해킹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다음 주께 이와 관련한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구글이 중국 시장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몇 년 뒤 다시 중국에 뛰어든 것을 봤을 때 구글이 중국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바이두는 이란 해커들의 공격으로 3시간 넘게 접속이 끊겼다. 해커들은 바이두 메인 홈페이지에 이란 국기와 이란 사이버 군대라는 문구를 띄웠다. 블로그 등을 통해 결집한 중국 해커들도 곧바로 이란 사이트에 공격을 퍼부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