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현대차 울산공장…"파업 안하니 월급봉투 두둑, 일할 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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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규 임단협 타결 그후…
울산광역시 양정동 현대자동차 제1공장.클릭 베르나 등 신흥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소형차를 생산,9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이 공장은 요즘 활기가 가득하다. 작년 말 15년 만에 파업없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한 이후 "제대로 일해보자"는 분위기가 퍼진 덕분이다.
13일 현장에서 만난 이무곤 의장1부 조장(생산직)은 "과거 파업 때마다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받아 월급봉투가 얇았는데,작년엔 분규가 없었고 성과급도 많이 받아 넉넉한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분규에 휘말리지 않고 생산 업무에만 전념하겠다는 다짐이 퍼지고 있다"고도 했다.
현대차의 일부 공장은 수출 호조를 타고 상시 특근체제로 전환했다. '파업의 대명사'로 불리던 현대차 노조에 실용주의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노사화합 문화가 정착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무(無)파업에 노사 모두 만족"
울산공장 생산직인 윤부곤 조장은 "현대차가 무파업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친지 등 지인들로부터 격려를 많이 받았다"며 "파업하지 않고 서로 양보한 끝에 윈-윈했다"고 평가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지난해 협상 당시 노조 간부들이 머리띠를 맨 채 협상장에 들어오거나 위압감을 주기 위해 반말을 하는 등의 구태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정치 투쟁 대신 실리 추구가 현장에서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노조와의 협의 아래 3200여명이 근무하는 울산 3공장 합리화 공사를 지난 4일부터 시작했다. 오는 8월부터 아반떼HD 후속 모델(MD)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1공장에서는 다음 달 13일께부터 약 보름간 베르나 후속(RB)을 내놓기 위한 공사에 들어간다. 1공장 관계자는 "연말부터 베르나 후속과 크로스오버 차량인 FS(프로젝트명)를 만들 예정이어서 생산량 증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잔업 · 특근일수가 많아져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더 두둑해진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신형 쏘나타와 투싼ix의 북미지역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울산 4,5공장과 아산공장 등은 이미 특근체제에 돌입했다.
◆울산 지역경제도 활기
울산공장 주변 상권도 서서히 살아날 조짐이다. 현대차가 직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700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작년 말 임 · 단협에서 성과급 300%(200만원 별도)와 격려금 200만원,무분규 보상금 100만원,무상 주식 40주(약 400만원) 등을 주기로 했고,이 중 성과급 200% 및 200만원을 이미 지급했다. 울산공장 소속은 현대차 전체 임직원 5만7000여명 중 절반인 2만7000여명이다.
울산 진장동 중식당 '천손자장'의 정재환 사장은 "파업 때마다 직원들이 외식비를 줄인 탓에 영업에 타격을 받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무척 좋다"며 "성과급이 일부 지급돼서인지 매상이 작년 동기보다 20~30% 늘었다"고 반겼다. 달동 염포회센터의 이미옥 사장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성과급이 풀린다니 회식 자리가 늘 것 같다"고 기대했다.
현대 롯데 등 지역 대형 백화점이 현대차 직원들에게 행사상품 안내장을 별도로 발송하고,은행 · 보험 · 증권회사들은 울산공장 주변에서 금융상품 가입전을 펼치는 등 '성과급 잡기 판촉전'도 벌어지고 있다.
◆노사협력 문화 정착할까
현대차는 올해 역시 노사 화합을 자신하고 있다. 직원들이 무분규 협상 타결에 따른 실익이 훨씬 크다는 점을 경험한 데다 노조 집행부 역시 실리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어서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의 장규호 부장은 "파업은 목적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일 뿐"이라며 "노사 간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발전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주간 연속 2교대제 실시에 대한 이견을 좁혀야 하고,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세운다면 현대차가 파업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돈 울산공장장은 "현대차가 15년 만의 첫 무분규로 생존의 전제조건인 선진 노사관계 정착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며 "이를 바탕으로 품질 향상과 수출 확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