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 해외로 간다] (2) 이슬람채권 '수쿠크'로 1조달러 오일머니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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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동은 '금융의 블루오션'
우리투자·신한투자·한국증권 등…말레이시아·UAE 등에 사무소 개설
국내 지원법안 지체돼 발목
우리투자·신한투자·한국증권 등…말레이시아·UAE 등에 사무소 개설
국내 지원법안 지체돼 발목
국내 증권사들이 막대한 오일머니가 넘치는 이슬람 금융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미국 영국 등 전통적인 자금시장이 시들해지면서 이슬람시장이 새로운 '금융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우선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Sukuk)'를 시장 진출의 시발점으로 잡고 있다. 수쿠크란 금융 거래에서 이자를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어긋나지 않도록 만들어진 채권이다. 통상적으로 채권에 붙는 이자가 없는 대신 부동산 임대료나 수수료 등을 통해 투자 수익을 투자자에게 주는 방식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아시아에서 이슬람 금융의 허브 역할을 하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 현지사무소를 개설해 수쿠크시장 진입을 위한 길을 튼 뒤 점차 주식매매, 기업 인수 · 합병(M&A)을 위한 자금조달 등 IB(투자은행) 업무로 영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금융위기로 수쿠크시장 급성장
수쿠크시장 규모는 확대일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1~11월 중 전세계의 수쿠크 발행 규모는 236억달러에 달해 2008년 전체(200억달러)보다 18% 불어났다.
전체 이슬람 금융시장 성장세도 비약적이다. 지난해 이슬람 금융자산의 규모는 2008년보다 1820억달러 늘어 8220억달러에 이르렀다. 올해는 더 증가해 처음으로 1조달러(약 11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시장을 포함한 우리증시의 전체 시총(984조원)보다 훨씬 많다.
이 같은 이슬람 금융시장의 급성장은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들어오는 '오일머니' 덕분이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영국 등의 자금줄이 막히자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이슬람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크게 늘렸다는 설명이다.
말레이시아와 UAE(아랍에미리트)가 이슬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두 축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발행된 수쿠크는 전체의 54%나 된다.
중동지역에서는 UAE가 14%로 가장 많다. 말레이시아는 넓은 영토 안에 담고 있는 목재 등 천연자원을 무기로, UAE는 오일머니를 통해 금융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금융의 창구
주요 증권사들은 새로운 유망 자금원으로 부상하는 이슬람 금융시장을 뚫기 위해 아시아의 이슬람교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교두보를 속속 구축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007년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의 유력 증권사인 KIBB와 업무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인도네시아 현지증권사인 BNIS 등과 제휴,수쿠크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신한은행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계열사와 공동으로 중동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 증권사인 CSI의 지분 60%를 인수한 데 이어 2008년 6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IB사무소도 열었다.
최근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2년 전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율법학자를 수쿠크 관련 자문역으로 영입,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과거 두바이에 근무했던 이 증권사 유상호 사장이 직접 수쿠크 발행을 위해 뛰고 있다. 유 사장은 "한국 기업이 수쿠크를 발행할 수 있게 되면 미국 영국 중심의 자금 창구가 다원화되고 조달 금리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원법안 국회 통과 서둘러야
주요 증권사들은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다원화를 위해서도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해 말 무산된 수쿠크 발행 지원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국회 재정위 소위에서는 수쿠크에 투자한 이슬람 자금이 테러단체로 유입될 수 있는 데다 이슬람 채권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돼 개정안에서 수쿠크 관련 내용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개정안에는 수쿠크도 국내 일반채권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 이자 형식을 띠고 있는 부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는 실물거래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실물거래에 따라 양도세 취 · 등록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채권 수익률이 낮아져 수쿠크 발행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달 다시 입법화 논의를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석유공사 등 공기업을 비롯,신용등급이 A등급 이상인 민간기업,정부 등의 수쿠크 발행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