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80기를 수출,세계 신규 원전시장의 20%를 장악하고 원전 3대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지식경제부는 1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원전을 차세대 수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는 '건국 이래 최대 플랜트 수출'로 평가받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열렸다.

김영학 지경부 2차관은 "작년 말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이 입증됐다"며 목표 달성을 자신했다. 원전 30기를 수주하면 수출액 4000억달러,고용창출 효과는 156만7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지경부는 '한국형 원전'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민 · 관 공동의 신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가동,2011년부터 2017년까지 총 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규 건설 외에 세계적으로 총 88조원 규모에 달하는 노후 원전 운영 및 정비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기로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모든 상품을 수출하지만 원자력산업이 수출 산업이 된다는 것은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라며 "원전을 수출하는 나라의 것이라고 하면 다른 상품의 인식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자동차를 수출해 다른 전자제품의 품격도 올라간 경험이 있다"며 "원자력은 고도의 안정성과 기술을 종합한 상품이므로 어떤 플랜트보다도 원자력산업을 수출하게 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전 수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설계 코드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는 "원전 수출을 늘리려면 무엇보다 설계 코드를 국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계 코드란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기본 조건과 사고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준이다. 한국은 현재 설계 코드 원천기술의 일부를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의존하고 있어 원전을 본격적인 수출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설계 코드 국산화가 시급하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우리 원천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수출할 때 제약이 있다"며 "UAE 원전 수주 때 웨스팅하우스를 끌어들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국내 원전 수요만 감당하려고 해도 내년까지 전문인력이 2800명가량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대학 가운데 원자력 관련 학과가 있는 곳은 서울대 KAIST 한양대 경희대 조선대 등 5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주상 원자력발전기술원장은 "한국은 가진 게 사람밖에 없는 나라"라며 "원전 수출을 늘리려면 관련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경부는 원전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원전 특성화 대학' 10곳을 지정하고 당초 2012년 3월 예정이던 세계 최초의 국제원자력전문대학원의 개교 시기를 내년 9월로 앞당길 방침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