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고용유연성 보장·임금총량 유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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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전式 정년연장' 확산 경계
한국전력이 정년을 연장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자 정부가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직원 수 2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공기업의 '정년 연장'이 다른 공기업은 물론 일반 기업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과 고민
정부는 적어도 공기업에 관한 한 '한전식(式)은 정답이 아니다'는 것이다. 한전의 경우 대규모 원전 수주를 계기로 숙련된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서 나이 많은 숙련 근로자의 정년 연장을 통한 인력 유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정부의 반응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은 특수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는 상황이 다른 공기업들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적용돼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확산을 독려해왔다. 여기에는 민간 기업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보수체계를 낮추자는 의도와 인력 고령화에 따른 공기업 조직의 비효율성을 개선해 보자는 취지도 들어 있었다.
공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무엇보다 △정년보장에 따른 임금 총량이 늘어나서는 안되며 △정년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서도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년을 연장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고령자의 직업 안정성은 높아지겠지만 청년실업난을 가중시키고 조직의 효율성과 역동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민간 기업에 비해 정년 보장이 잘되는 공기업이 줄줄이 정년을 연장할 경우 '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일본처럼 정년을 연장하지 않고도 퇴직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갈 수 있다"며 "고용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만 늘려줄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반 기업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은 상시 구조조정 등으로 공기업에 비해 정년보장이 안되는 만큼 정년을 연장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공기업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특히 고령화 및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본격 은퇴를 앞두고 고령 근로자의 고용불안과 노동력 활용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정년 연장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현황
재정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기업의 평균 정년은 58.3세로 나타났다. 일반 기업의 56.7세보다 높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연령은 공기업의 경우 평균 55.8세였다. 또 임금피크 시점 이후 임금을 낮춰 조정하는 기간은 평균 3.3년으로 조사됐다. 다시말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평균적으로 55~56세에 임금피크 대상자로 전환돼 이후 퇴직 전 3~4년간은 점차 낮은 임금을 받는 셈이다.
정종태/고경봉 기자 jtchung@hankyung.com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2003년부터 도입돼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고용 형태에 따라 정년연장형,정년보장형,고용연장형 등 세 가지가 있다. 정년연장형은 정년을 늘리는 조건으로 정년 이전부터 임금을 낮추는 것이다. 한전이 도입하려는 임금피크제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에 비해 정년보장형은 정년은 보장하되 정년 전 일정 시점부터 임금을 낮추는 것이다. 임금을 낮추는 폭이 정년연장형보다 작다. 고용연장형은 정년 퇴직자를 계약직으로 재고용해 적은 임금으로 다시 활용하는 것이다.